[사설] "호르무즈에 군함 보내라", 난제 떠안은 한국 정부

입력 2026-03-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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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하루 두 차례 글을 올려 한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을 직접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海峽)에 군함(軍艦)을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참여를 촉구해 미국 단독 대응이 아닌 다국적 공동 대응 문제로 확대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두 번째 글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 각국은 그 통로(通路)를 관리해야 하며 미국도 그들을 아주 많이 도울 것"이라며 "이 문제는 원래 공동의 노력이었어야 했으며 이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는 조화와 안보, 그리고 영원한 평화를 향해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요구는 황당하기만 하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시작해 전 세계 원유 공급망을 뒤흔들어 놓은 것도 모자라 이젠 '세계 평화' 운운하며 거꾸로 피해국에 그 공동 책임을 나눠 지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트럼프는 미군이 전날 이란의 석유 수출 중심지 하르그 섬을 폭격한 데 대해 "재미 삼아 몇 번 더 공격할 수 있다"는 식의 조롱 조 언급까지 덧붙였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안보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며 동맹으로 맺어진 미국의 요구를 묵과할 입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15일 오후 군함 파견 요구와 관련해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요구를 해 올 경우 한국 정부는 중동 분쟁(分爭)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을 두루 고려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핵심은 외교 당국 차원에서 이란과의 교섭의 끈을 놓지 않고 긴밀한 협의를 이어 나가 이란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