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전병서] 이란의 불길 다음 관세 폭풍이 온다

입력 2026-03-16 09:00:00 수정 2026-03-16 15: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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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중동 하늘을 덮었던 전쟁 구름이 빠르게 걷히고 있다. 이란 전쟁은 이미 '종전'의 기운이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 공격은 장기적인 지정학적 승부수가 아니었다.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는, 중간선거를 앞둔 '표심 전략'이었을 뿐이다. 공격의 스위치를 켠 것도 트럼프의 마음이었고, 이제 끄는 것도 그의 마음이다.

트럼프는 유가 상승을 가장 경계한다. 선거를 앞두고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치명적이다. 이미 52년 만에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에 달하는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준비 중이다.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 순간, 유가 상승 리스크는 증발한다. 이란 내부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결사 항전"을 외치지만, 속내는 이미 백기 투항이나 다름없다. 군수물자와 생필품이 바닥나 국가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전쟁을 지속할 여력은 없다. 이란 전쟁은 사실상 '끝물'이다.

하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 이란의 불길이 꺼지는 자리에는 더 거대하고 차가운 폭풍이 대기하고 있다. 바로 '관세 전쟁'이다. 트럼프는 국제무역위원회 법에 따른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더 강력하고 포괄적인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임시방편이었던 122조 대신, 만병통치약처럼 쓰이는 통상법 301조를 이미 손에 쥐었다.

트럼프의 다음 타깃은 명확하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16개 주요 교역국을 한꺼번에 사정권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한국에 미국은 '키다리 아저씨'였으나 이제는 동맹의 이익까지 뜯어가는 '거래적 대국'일 뿐이다.

한국 경제의 운명이 달린 수출 주력군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철강, 화학 산업에 고율 관세가 매겨진다면 단기적 유가 변동 따위는 애교 수준이 될 것이다. 석유 가격 상승보다 '관세 장벽'이 한국 기업의 숨통을 훨씬 더 조여 올 것이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전례 없는 '3중고'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첫째 상호관세 쇼크로 인한 수출 경로 차단, 둘째 전쟁 와중에 일시적으로라도 튀었을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동, 셋째 이에 따른 환율과 금리 급등이라는 금융 리스크다. 이자 비용은 늘어나고, 원자잿값은 비싸지고 수출길은 막히는 상황이다.

이제 '이익 극대화'라는 꿈은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최선의 전략은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경영'이다. 무리한 투자 확장보다는 현금 흐름(Cash Flow) 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곧 기업의 수명이 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특정 국가에 의존하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수명이 다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기술 독점력을 바탕으로 대체 불가능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관세 장벽을 뚫을 수 없다.

이란 전쟁은 끝나가지만 미중 패권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3월 말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는 이란을 잡는 시늉을 했지만 진짜 목표는 언제나 중국 견제와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란의 전황 뉴스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전쟁 이후 다가올 새로운 위협, 즉 '회색 코뿔소(Grey Rhino)'들을 주시해야 한다. 누구나 알지만 외면했던 명백한 위험들이 닥쳐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생존 위기'다. 이란 전쟁의 종결은 평화의 시작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가 본격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과거처럼 미국의 눈치만 보며 추종하던 방식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들은 지금 당장 '방어 모드'로 전환하여 체질을 개선해야 하며, 국가는 통상 외교의 프레임을 '동맹'에서 '실리'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관세라는 보이지 않는 총부리가 우리의 목을 겨누고 있는 지금, 선택의 여지는 없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기술 혁신으로 무장하지 않는 자는 도태될 것이다. 이것이 이란전쟁 이후의 세상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전략이며,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