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대구·경북은 지금 구조적 위기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경상북도 다수 시군은 이미 '지방소멸위험지수 0.5 이하'에 진입했으며, 일부 지역은 0.2 수준의 고위험 단계에 도달했다. 대구 역시 최근 10년간 약 10만 명 이상의 순유출을 기록하며,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특히 청년층 유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지역의 미래 성장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0.7명 수준에 머물고 고령화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위기의 배경에는 수도권 일극 집중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약 50%를 넘어섰고, GRDP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창출되고 있다. 기업 본사, 양질의 일자리, 교육·의료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지방은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개별 지자체 단위의 대응으로는 이러한 구조적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초광역 경제권 구축'이며, 그 핵심 전략이 바로 대구·경북통합이다. 통합을 통해 약 500만 인구 규모의 단일 시장을 형성하고 산업과 인재, 자본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수도권과 경쟁 가능한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된다.
현재 정부는 광주·전남통합을 우선 승인하였고, 대구·경북통합은 정치적 요인으로 지연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지연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략적 준비 기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초광역 통합은 행정구역의 단순 결합이 아니라 거버넌스 재편, 재정 통합, 산업 구조 재설계, 생활권 통합이라는 복합적 과제를 수반한다. 충분한 사전 설계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통합 이후 갈등과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오히려 통합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설계와 준비를 축적해야 할 시점이다.
성공적 대구·경북통합을 위해서 보다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거버넌스 체계 설계이다. 통합 광역단체의 권한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을 명확히 하고, 초기에는 광역연합 형태로 출발하여 정책 기능을 공동 수행한 뒤, 재정과 행정 권한을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이를 위해 공동의사결정기구 설치와 갈등 조정 메커니즘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정 통합과 균형발전 전략이다. 대구와 경북 간 재정 여건 차이를 고려할 때, 단일 재정 체계는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광역균형발전기금'을 조성하고, 낙후지역에 대한 전략적 투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국비 확보를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여 SOC와 연구개발 투자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초광역 인프라 구축과 생활권 통합이다. 대구·경북 간 광역철도망 확충과 통합 환승체계 구축을 통해 1시간 생활권을 실현하고, 산업단지와 대학, 의료시설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주민 체감도를 높이고, 실질적인 통합 효과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넷째, 산업 생태계의 전략적 재편이다. 대구의 미래차·의료 산업과 경북의 에너지·소재 산업을 연계하여 초광역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공동 투자유치 플랫폼과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통합 경제특구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대학과 기업을 연계한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여 청년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다섯째, 주민 수용성 확보와 사회적 합의 형성이다. 통합은 제도적 결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이익이 제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공론화 과정과 지속적 소통 구조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명칭, 청사 위치, 권한 배분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객관적 기준과 투명한 절차가 필수적이다.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는 이러한 과제를 실현할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교체가 아니라 대구·경북의 미래 구조를 결정짓는 선택이다. 통합을 추진할 리더십은 선언적 구호를 넘어 단계별 추진 일정, 재원 조달 방안, 중앙정부 협력 전략까지 포함된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대구·경북통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될 모든 후보는 대구·경북통합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