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손가락질한다. 상처투성이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안 아픈 척한다. 핑계 대기 바쁘다. 변명으로 일관한다. '정치를 하려면 염치가 없어야 한다'는 말도 있던데 그 얘기가 딱 어울린다. 정치인이 아닌데도 그렇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 회장 얘기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눈앞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월 12일 체코를 상대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축협, 특히 정 회장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사(大事)를 앞두고 있어 더 짜증 나는 현실이다.
분명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뜨겁게 느껴지질 않는다. 하루이틀 일이 아닌 탓, 내성이 생겨 버린 탓이다. 그러려니 한다는 뜻. 하지만 '그럴 줄 알았다'고 치부하며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그 여파가 대표팀 성적을, 한국 축구의 미래를 흔들 수 있어서다.
최대한 간단히 정리해 보자. 2024년, 정 회장은 국회에 출석해야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 종합 감사에 증인으로 불려 나왔다. 축협의 행정 부조리와 감독 선임 절차 논란이 거세게 불거진 탓. 축협 사유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가장 잘 알려진 건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난맥상. 공식적인 감독 선임 절차를 무시했다. 개인적 친분이 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사령탑으로 선임되는 데 개입한 게 첫 번째. 클린스만은 '직무 태만'으로 지탄받았고, 대표팀은 2023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정 회장은 이를 선수들 탓으로 돌렸다.
해결 방안도 문제였다. 클린스만의 빈자리에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선임했는데 뒷말이 많았다. 공모 절차는 속 빈 강정.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자신과 정 회장처럼 고려대 출신인 홍 감독을 따로 만나 설득하는 등 비상식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전인 2023년, 정 회장은 이미 '대형 사고'를 쳤다. 이른바 '기습 사면' 사태다. 프로축구 K리그 승부 조작을 비롯해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은 축구인을 포함해 100명을 사면한 일이다. 세간의 시선이 새 사령탑 클린스만 감독과 평가전에 쏠린 틈을 타 이뤄진 조치. '꼼수'에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정 회장은 서둘러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안들을 간단히 정리하기에도 지칠 지경. 그만큼 말도, 탈도 많았다. 한데 이게 끝이 아닐 것 같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가 지난 23일 문체부를 상대로 축협이 제기한 특정감사 결과 통보 및 조치 요구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 한마디로 이런 문제들을 인정, 정 회장과 이임생 이사에 대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가 적법하다고 봤다.
축협은 5월 12일 예정된 이사회를 6일로 앞당기기로 했다. 항소 여부를 포함, 이번 판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모양. '오너 리스크(owner risk)'가 또 불거졌다. 수장의 잘못된 행태가 축협을 흔들고 있다. 문체부는 30일 축협에 중징계 등 조치 요구를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 사이 홍 감독의 지도력, 대표팀의 경기력까지 도마에 올랐다. '팬심'도 싸늘하게 식었다. 화려한 진용을 갖췄는데 기대치가 낮고 관심도 적다. 수장을 잘못 만난 탓이 크다. 이런데도 정 회장은 지난해 선거를 거쳐 4선 연임에 성공했다. 그에게 투표한 축구인들 책임도 가볍지 않다. 한국 축구가 갈 길이 참 멀고 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