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미 투자 확대] '애니콜 화형식' 현장 구미에 삼성 AI데이터센터 들어선다

입력 2026-01-08 16:56:51 수정 2026-01-08 18: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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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구미 1사업장 부지에 60MW AI데이터센터 건립
구미시 1년 8개월 '밀착 행정' 결실… 전력·용수 난제 선제 해결
삼성 60MW 앵커 삼아 '1.3GW 클러스터' 구축…亞 거점 도약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운동장에서 애니콜 등 불량품 15만대를 폐기하는 모습. 당시 불량제품에 불을 붙이면서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운동장에서 애니콜 등 불량품 15만대를 폐기하는 모습. 당시 불량제품에 불을 붙이면서 '애니콜 화형식'이라고도 불렸다. 삼성전자 제공
애니콜 화형식이 열렸던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부지에는 삼성SDS의 대규모 AI데이터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매일신문DB
애니콜 화형식이 열렸던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부지에는 삼성SDS의 대규모 AI데이터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매일신문DB

1995년 3월 9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삼성전자 1사업장 운동장. "품질은 나의 인격이자 자존심"이라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질책 속에 15만 대의 휴대폰과 팩시밀리가 붉은 불길에 휩싸였다. 임직원이 자식처럼 여기던 제품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애니콜 화형식'이었다. 그날의 충격은 삼성을 세계 1류 기업으로 도약시킨 불씨가 됐다.

30년이 지난 2026년, 그 현장이 다시 한국 산업사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제는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두뇌 역할을 맡을 '삼성SDS AI 데이터센터'가 그 자리에 세워진다.

삼성SDS의 구미 AI 데이터센터 건립은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축이 '제조'에서 '지능'으로 옮겨가는 상징적 사건이다. 과거에는 불량 제품을 불태우며 제조의 품질을 다졌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정제하고 가공하며 '지능의 품질'을 높이는 혁신이 시작된다.

기술의 방식도 달라졌다. 1995년의 운동장이 불길로 뒤덮였다면, 2029년 가동될 서버룸은 최첨단 '수랭식' 시스템으로 냉각수를 순환시킨다. 고성능 GPU의 열기를 물로 식히며 차가운 지성을 유지하는 셈이다. 불에서 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은 구미 국가산단 체질 변화의 상징이다.

삼성의 귀환은 우연이 아니었다. 구미시는 1년 8개월 전부터 삼성SDS의 데이터센터 검토 정보를 입수하자, 가장 큰 난관이었던 '전력'과 '용수' 문제 해결에 올인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운 수도권 대신, 구미시는 한국전력과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협의 끝에 확약서를 확보했다. 삼성이 찾던 '준비된 입지'였다.

최근에는 정성현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원스톱 지원단'이 출범했다. 구미시는 이 지원단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하고, 삼성SDS가 목표로 하는 2026년 상반기 착공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구미 시민들과 단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당시, 1심부터 최종심까지 시 전역에 1천여 장의 무죄 환영 및 지지 현수막을 내걸며 삼성에 대한 강력한 신뢰와 유치 염원을 보냈다.

김장호(왼쪽) 구미시장이 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김장호(왼쪽) 구미시장이 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전문가들은 삼성SDS의 60MW급 데이터센터를 '구미 AI 혁명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구미시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총 1.3GW(기가와트)급 클러스터다. 이미 하이테크밸리에서는 민간 컨소시엄 '퀀텀일레븐'이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원전 1기 수준의 전력을 소화하는 규모다.

삼성의 데이터센터가 기술 신뢰성을 보증하는 '앵커 시설'이 되고, 퀀텀일레븐 클러스터가 결합되면 구미는 판교를 넘어 아시아 최대 AI·데이터 거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같은 AI 인프라 확장은 구미 주력 산업인 방위산업과 전자산업에도 큰 파급력을 미친다. LG이노텍,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지역 기업들은 지근거리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제조공정의 디지털 전환(DX)을 앞당길 수 있다.

AI를 활용한 국방 체계 고도화는 K-방산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방산 기업들이 밀집한 구미에 고성능 데이터 인프라가 들어서는 것은 곧 '국가 안보의 지능 업그레이드'를 뜻한다.

구미 경제계 관계자는 "구미는 제조업 하청 기지에서 첨단 산업의 두뇌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은 이제 대한민국 'AI 신화'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구미시 전역에 내걸려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죄 환영 현수막. 조규덕기자
지난해 7월 구미시 전역에 내걸려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죄 환영 현수막. 조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