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iM뱅크(옛 대구은행)의 입사 면접은 유독 까다로웠다. '비행기 사고' 시나리오로 지원자들을 서로 논파하게 만들었던 집단 면접도 그렇지만, 압권은 긴 통로를 모델처럼 걸어가게 했던 최종 전(前) 면접이었다. 바르게 걷는 자세를 통해 능력은 물론 인성과 소통 등 기본에 충실한지를 보려는 고도화된 방식이었다.
당시 경쟁자(?)로 만났던 강정훈 면접생은 유독 자세가 남달랐다. 곧게 뻗은 자(尺)로 잰 듯한 그의 걸음과 지나치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보폭은 정확하고 안정적이었다. 서두르거나 경박하지 않고, 고요하고 사려 깊은 금융의 흐름 같았다.
19일 강정훈 부행장이 iM뱅크의 새로운 행장으로 내정됐다. 행원 면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가 마주해야 할 현실은 과거 신입 행원이 걸었던 긴 통로보다 훨씬 험난하고 불확실하다.
'iM뱅크'라는 새 간판을 달고 시중은행으로 면모를 일신한 지 2년째. 그의 앞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다. 외형적으로는 시중은행과 비등한 모양새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들이 있다.
시중은행 전환 이후 총자산 규모가 80조원을 넘어서는 등 외형 성장을 지속 중이다. 단순 중소·개인 금융에 치우치지 않고 기업금융 비중을 확대하며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긍정적이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타 시중은행에 못지않은 15.61%를 기록하는 등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을 충족하며 안정적인 자본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믿음이 가는 대목이다.
무분별한 점포 확장 대신, 수도권 및 미래 수요 거점을 중심으로 신규 점포를 개설하며 전국 영업망의 기초를 다졌고, 충청·전라권에도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인터넷은행의 디지털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에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결합한 '뉴 하이브리드 뱅크(New Hybrid Bank)'라는 독자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입체적으로 바라보면 시중은행으로서의 길이 가깝지는 않다. 시중은행 전환의 핵심 목표였던 '메기 효과'를 통한 금융 서비스 혁신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평가다. 특히 인터넷은행과 비교했을 때 앱 이용 경험 등 플랫폼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수익성을 가늠하는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세는 뼈아프다. 비이자익 증가를 통한 수익 다각화도 지속적인 과제다.
대출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전년 대비 상승하는 등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기업대출 연체율이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익성 및 건전성 측면에서 다른 시중은행은 물론 다른 지방은행보다도 더딘 성장률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5대 시중은행과의 체급 차이를 극복하면서 '대구' 꼬리표도 떼야 한다.
이 모든 난관을 돌파할 해답은 역시 30년 전 면접의 기준, 즉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강 내정자는 이제 iM뱅크라는 긴 통로를 다시 걸어야 한다. 그 걸음걸이가 단순히 패기와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통제와 소비자 신뢰라는 단단한 '바닥' 위에 서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바른 자세야말로 모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유일한 열쇠임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