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의 미국과 트럼프의 미국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5-11-13 03:42:35 수정 2025-11-13 05: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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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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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7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이민 정책에 대해 "미국의 이민 정책은 우리의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다. 기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문을 여는 일은 우리의 근본적인 국익"이라고 했다. 냉전의 최전선에서 공산주의자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미국인이 되려는 이들에게 담장을 세우지 않았다. 그는 자유를 방어하는 길은 오직 개방에 있다고 믿었다.

새로운 미국인이 유입될 때 미국은 늙지 않았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를 유지하는 근간이 됐다. 가장 거대한 패권국이지만 도통 늙지를 않는 나라가 바로 최근까지의 미국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미국은 문을 닫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학력의 합법 이민자와 미국의 기술과 산업을 이끌던 두뇌마저 걸러내기 시작했다. 트럼프 재임 중 전문직 취업비자(H-1B) 승인률은 90%대에서 70% 초반까지 떨어졌고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들은 "인재 유입이 막히면 미국의 경쟁력도 늙는다"고 공개 서한을 내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America First"는 돈을 먼저 두는 구호가 됐다. 나라의 지도자가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건 당연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미국의 영원한 적 공산·전체주의와도 손을 잡았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직후 그는 "북한 인권 문제는 지금 다루지 않겠다"고 말하며 경제협상을 우선시했다.

같은 해 3월 그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최대 50%의 관세를 매겼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 했지만 타격은 오히려 동맹에게 갔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1년 새 37% 줄었고 일본과 유럽도 비슷했다.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거의 줄지 않았다. 제철소가 휘청이며 포항의 경제는 절대 위기 속에 있다.

때로는 협박의 언어를 쏟아내고 때로는 미소 지으며 감언이설 하는 것을 보고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략일 수도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에게도 미치광이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사우디 독재자에게는 "위대한 친구"라 하고 북한 김정은에겐 "똑똑하고 훌륭한 지도자"라고 했다. 누군가는 이를 현실적 거래라고 부르지만 이건 이념의 부재다.

레이건은 공산주의에 맞서 싸웠고 자유를 위해 세계와 손을 잡았다. 전체주의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적 앞에서 자유 진영 동맹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역설했다. 그의 자유는 공산·전체주의를 향해선 한없이 공격적이었지만 자유를 믿는 이들에겐 한없이 온화했다. 그의 신념은 무역흑자나 관세율이 아니라 가치의 일관성이었다.

좌파의 가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공고하다. 우파의 가치는 돈과 표를 위해 희생되고 있다. 이 일은 워싱턴에서도 여의도에서도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위해서 모든 걸 바쳤던 '남자의 시대'가 부럽다.

정태민 프리드먼연구원 선임연구원

정태민 프리드먼연구원 선임연구원
정태민 프리드먼연구원 선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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