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경제난에…이란 테헤란 8개 大 학생들 '분노의 시위'

입력 2025-12-31 18:20:17 수정 2025-12-31 18: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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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알화 폭락, 국민들 심각한 생활고
이스라엘 재차 공격 가능성↑
신정 일치 체제 불만도 가중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도로를 따라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도로를 따라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란에서 경제난이 심화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는 주민과 대학생들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대내외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이란 ILNA통신에 따르면 테헤란대를 비롯해 수도 테헤란 지역 대학교 8곳에서 시위가 열렸다. 전날 상인과 주민들이 이란 리알화 가치 폭락에 따른 생활고에 항의한 것에 이어진 움직임이다.

십수년간 이어진 서방의 경제 제재 속에서 리알화는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됐을 때 달러당 3만2천리알 정도였던 것에 비해 현재는 1달러당 142만리알을 기록하고 있다. 약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4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셈이다.

전날 이란 중앙은행의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중앙은행 총재가 환율이 출렁이는 데 따른 책임을 지고 경질되기도 했다.

여기에 40여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과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민심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여성들이 휴가지에서 히잡을 쓰지 않는 등 36년간 이어진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청년들의 저항도 나타나고 있다.

외적인 환경도 어렵다. 올해 가자지구 전쟁과 맞물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핵심 군사력이 약화됐고 대외 영향력도 줄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밀착해 이란을 상대로 재차 군사 행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형국이다.

테헤란대 명예교수인 사이드 모예드파르는 ILNA와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년간, 또 최근 몇년간 누적된 많은 문제들이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커졌다"며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느끼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침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