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성향 인식 변화, 러·우 협상서 감지
호전적인 푸틴·'아름다운 우크라 여성'
젤렌스키 "미군 주둔 논의"
친(親) 러시아 성향 평가를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아나에 대한 인식이 변화 배경에 '인간적 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리한 입장을 고수하지 않게 된 배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험악한 언쟁을 벌였지만, 이후 양측의 입장을 듣기 시작한 계기 중 하나로 '아름다운 우크라이나 여성'을 주제로 대화가 있었다고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아름답다"는 애기를 언급했고,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알고 있다. 제 아내가 우크라이나 사람"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운영하던 시절, 우크라이나 출신 참가자들이 특히 아름다웠다는 말을 참모들에게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우크라이나 출신 아내를 둔 라스베이거스의 부호 필 러핀에게 전화를 걸어 러핀의 아내와 젤렌스키 대통령이 통화하도록 주선했다. 이런 과정에서 둘 사이에 분위기가 한층 '인간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8일 양국은 백악관에서 열린 광물 협정 서명을 앞두고 설전을 벌여 둘 사이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뻔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과거에도 휴전 협상을 어긴 전례를 거론하며 "실질적 안전을 보장하는 첫 문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젤렌스키의 혐오를 지적하면서 협상이 어려운 원인을 우크라이나에게 돌렸다. 또 미국의 지원을 거론하며 "감사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실질적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를 협상의 장애물로 보는 인식이 드러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취임 전 인수위 때부터 러시아 특사를 임명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을 줄이는 등 협상 준비에 나섰다. 또 직접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통하며 성과를 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고, 트럼프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러시아에 대한 공식적인 제재를 명령하지는 않았으나,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을 묵인하며 사실상 러시아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CIA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방위산업과 정유시설, 원유 수송 그림자 함대 위치 정보를 제공했고,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우크라이나 협상을 앞두고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고 있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장을 잃게 되는 것보다 합의를 받는 게 낫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기류도 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 언론과 대화에서 자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이건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거래가 아니다.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발언했다며, 단시간에 종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냉혹한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