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투자 구성·방식 접근
APEC 정상회담 전후 MOU 서명 관측
총 3천500억달러(499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체화 방안을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투자 구성·방식과 한미 통화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전장치에 대한 양측 이견이 일정 부분 좁혀진 듯한 신호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美 재무 "한국과 협상 마무리 단계"
16일 국내외 언론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과 관련한 이견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국내 취재진 질문에 "난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베센트 장관은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으며,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엇인가'는 한미간 무역협상의 결과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센트 장관은 앞서 CNBC방송 대담에서도 '현재 어떤 무역 협상에 가장 집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마무리하려는 참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 투자를 두고 이견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센트 장관은 '디테일'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한미 간 주요 쟁점으로 꼽혔던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 및 방식과 대규모 달러화 조달에 따른 외환시장 안전장치 등 세부 사항에서 의견이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양측이) 계속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APEC 전후 MOU 서명 가능성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 타결한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내용 등에 합의했지만 대미 투자의 이행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한국은 3천500억달러 중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equity)는 5% 정도로 하고 대부분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credit guarantees)으로 하되 나머지 일부를 대출(loans)로 채우려는 구상이었지만, 미국은 앞서 일본과 합의처럼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했다. 이후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베센트 장관의 언급대로 세부 사항에서 이견을 좁히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2개월 반 동안 이어진 후속 협상의 타결이 임박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구 부총리는 3천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구성에 대해 "(미국과) 계속 협의 중에 있다"며 "베센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이야기해서 (그들이) 이해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상을 주도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측 '키맨'인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에 입국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접촉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이날 워싱턴D.C.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베센트 장관과 만나 측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미 경제·통상 라인이 총출동한 상태에서 나온 베센트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때 또는 그 전후에 양측이 투자 양해각서(MOU) 서명을 위한 최종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