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덕 사회2부 기자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평원에서 수십억원짜리 탱크가 힘없이 멈춰 선다. 거대한 포신과 두꺼운 장갑도 하늘에서 날아든 소형 드론 공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21세기 전쟁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병력 수에 의존하는 거대한 군대가 아니라, 드론과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소수 정예의 '스마트 군대'가 전장의 승패를 가른다.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더해, 우리 내부에선 더 근본적이고 시급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바로 '인구 절벽'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연간 20만 명 선마저 위태로운 출생아 수는 '국군 50만 대군'이라는 국가 방위의 기본 전제를 뿌리부터 뒤흔든다.
총을 들 병사 자체가 사라지는 미래 앞에 기존의 국방 체계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밖으로는 무인 무기체계가 전쟁 양상을 바꾸고, 안으로는 병력 자원이 고갈되는 이중 위기 속에서 '스마트 강군'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이 중차대한 과제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력을 더했다. 지난 21일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대한민국 군대는 유무인 복합체계로 무장한 유능하고 전문화된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 혁신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를 확인하고,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전환을 실현할 최적지는 어디인가. 해답은 이미 준비된 곳, 바로 경북 구미에 있다. 구미는 2023년 4월 '국방유무인복합체계 특화 방산혁신클러스터'에 선정되며 미래 국방산업의 심장으로 낙점받았다.
구미시는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을 포함한 8개 기업과 총 5천602억원 규모의 투자 MOU를 체결하고, 한화시스템의 신사업장이 올해 준공을 앞두는 등 대한민국 최고 방산 기업들이 구미의 가능성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구미시가 수년간 공들여 구축해 온 체계적이고 다층적인 방위산업 생태계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 그 중심에는 총사업비 499억원이 투입되는 '경북·구미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이 있다.
2026년 2월 준공될 '첨단방위산업진흥센터'는 개발부터 양산, 운용까지 방위산업 전 주기에 걸친 통합 시험 인증 시스템을 제공해 중소·벤처기업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인 시간과 비용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지난 8월 낙동강에 완공된 '무인 수상정 테스트베드'는 해양 무인체계 기술을 조기에 실증하고 군 전력화를 앞당기는 실질적인 발판이 되고 있다.
구미 방산 생태계의 또 다른 저력은 상생의 문화에 있다. 2014년부터 운영된 '구미국방벤처센터'는 시비 28억여원을 마중물 삼아 66개 지역 기업이 국비 191억원 규모의 국방 과제에 참여하도록 돕는 등 오랜 기간 중소기업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 왔다.
특히 2022년 10월 창립한 '구미시 방위산업기업협의회'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임원이 공동 회장을 맡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전국 유일의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구미는 '스마트 강군'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가장 확실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이제 이 거대한 성공의 불씨를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 동력으로 키워 낼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 구미에 대한 투자는 특정 지역을 위한 투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국방력과 경제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