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이 물음이 요즘 구미 지역 정가의 화두다.
경북 구미시공무원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지난 10일부터 시청 행사장에서 공무원을 폭행한 안주찬 구미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에 따라 안 시의원의 제명안에 대한 표결 결과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구미시의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안 시의원 제명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구미시의원들의 선택은 찬성 11표, 반대 8표, 기권 5표다.
지역사회는 시의원의 찬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한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솔직한 반대'보다 '거짓된 찬성'에 더욱 크게 향하고 있다.
한 시민은 기자에게 "시의회 내부에서는 반대표 또는 기권표를 던져 놓고서는 밖에서는 '우리는 시민 편이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이중적인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폭행 피해자를 동료로 둔 이들이 느끼는 더 큰 상처는 겉으로는 연대와 지지를 표하는 듯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선택을 한 시의원들의 이중적인 모습이다.
제명안 투표 전 매일신문이 시의원과 공무원 등을 만나 표심을 확인해 본 결과, '찬성' 의견이 다수였고 많은 공무원들도 시의원들로부터 제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직접 들었다고 전해 줬다.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의원들은 당시 본회의 투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명 찬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당시 이지연 구미시의원도 표결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제명은 과하다'는 일부 시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의견이 비슷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기권표도 사실상 반대로 보면 투표에 참여한 24명의 시의원 중 제명에 찬성한 인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결과에 자연스레 질문이 뒤따른다.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가.
민주당 의원들 5명이 모두 찬성했다면 19명의 국민의힘 시의원 중 6명만 제명에 찬성표를 던진 셈이 된다. 이는 국민의힘이 공무원 폭행이라는 심각한 사태에서도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한 시의원은 "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시의원이 6명보다 훨씬 많았고, 국민의힘에서 6명만 찬성했다는 해석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주장이 맞다면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앞서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거짓이 된다.
결국 양당 모두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구미시의회의 모습은 동화 '피노키오'를 떠올리게 한다.
목수 제페토와 요정의 도움으로 생명력을 얻게 된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모두를 속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때마다 코가 길어졌다. 반성 없이 계속된 거짓말은 피노키오의 코를 더욱 길게 만들었다.
동화 피노키오의 결말은 두 개다. 작가는 첫 결말에서 피노키오를 거짓과 나쁜 행동 끝에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했다. 독자들의 강한 항의로 수정된 결말에서는 피노키오가 지난 일에 대한 반성과 착한 일을 하고 진실을 말하면서 마침내 나무 인형에서 진짜 소년이 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현재 시민들은 말을 아낄 뿐 '정치적 코'가 자라나는 시의원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지방선거가 9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그들이 맞이할 결말은 과연 어느 쪽일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