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 부조화 해소 안 되면 '코스피 5,000'은 허황한 꿈일 뿐

입력 2025-08-21 05:00:00

'코스피 5,000 시대'를 꿈꿨던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3,100 아래로 내려앉았다. 미국발 상호 관세로 급락했던 동아시아 증시는 5월부터 협상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고, 수출과 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돌며 지난 18일 일본과 중국 증시는 역사적 신고가(新高價)도 기록했다. 그런데 한국 증시만 유독 맥을 못 춘다. 3,000선이 위험하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 4개월간 상승폭이 40%에 달하는 등 상반기 글로벌 증시 상승률 1위였던 코스피는 상승 피로감, 경제 정책 우려, 기대 이하의 2분기 상장사 실적 등으로 박스권을 헤매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AI) 산업 거품론에 따른 기술주 경계심과 중국의 외국산 반도체 사용 제한 움직임,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하락 등의 요인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올 초 체코 신규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굴욕적(屈辱的)' 계약을 체결했다는 논란에 원전·방산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경제 사령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코스피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 발언도 가세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한 것인데, 구 부총리 말대로라면 코스피 지수는 30,000이 넘는다. 시장에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증시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정책 부조화(不調和) 때문이다. 새 정부가 증시 부양이라는 대전제를 내걸자 코스피가 급상승했는데, 시장 반응이 무색할 정도로 기업 활동을 옥죄는 입법과 증세 정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 여부도 논란 중인데 노란봉투법 등 기업에 부담을 떠안기는 법안까지 만들어지면 증시 활성화는 물 건너갔다고 걱정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노란봉투법 폐지 청원은 20일 기준 동의 수가 2만5천 명을 넘어섰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정치적 이유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코스피 5,000 달성이 요원(遙遠)해지면 민심은 돌아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