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사귀려면 내 허락 받아" 서울대 교수…대법 "해임 정당"

입력 2025-08-17 18:13:13

재판 이미지. 매일신문 DB.
재판 이미지. 매일신문 DB.

대학원생에게 "남자친구를 사귀려면 허락을 받으라", "내 면전에서 다른 교수에게 깍듯이 하지 마라"고 하는 등 갑질과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서울대학교 교수가 해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씨가 서울대의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를 기각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낸 소송 상고심에서 "해임은 타당하다"고 17일 판결했다.

2011년 9월부터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근무하던 A씨는 대학원생 성추행과 갑질, 논문 중복 게재 등 연구 부정을 사유로 서울대에서 2019년 8월 해임됐다.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에게 "남자친구를 사귀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남자친구와 1박2일 여행을 하면 안 된다"는 등 간섭을 하고,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에는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자세하게 말하라고 몇 개월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7년 학회 참석차 간 스페인에서 이 대학원생과 단둘이 저녁을 먹다 허벅지 안쪽 흉터를 보여달라고 한 뒤 손가락으로 만지고, 억지로 팔짱을 끼는 등 강제 추행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은 2019년 2월 이른바 '미투' 운동 당시 피해 대학원생이 대자보를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서어서문학과 대학원생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지도교수 옆에 그림자처럼 붙어서 서빙하는 등 예의에 신경써달라", "내 면전에서 다른 교수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아부하는 언행은 삼가라"고 하고, 연구실 청소 등 강의·연구와 무관한 업무를 지시를 하기도 했다. 이밖에 논문 5편에 대해 중복 게재, 부당 공저자 표시, 인용 부정확 등 연구 부적절 행위를 한 것도 드러났다.

A씨는 2019년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에 서울대의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이듬해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징계 사유 중 대학원생 허벅지를 만졌다는 강제 추행 부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는데, 당시 2심까지 증거 불충분 등으로 무죄가 선고된 점이 반영됐다. 재판부는 "가장 주된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징계사유는 비위 정도가 약하거나 가벼워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은 "징계 사유 중 성추행 부분은 인정할 수 없지만 나머지 사유만으로도 해임 처분이 타당하다"며 1심을 뒤집고 A씨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학생들의 학업과 일상을 부당하게 통제했다"며 "단체 이메일의 내용은 교수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학원생들에게 부당한 질책이나 의무없는 일을 강요한 '갑질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