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 출산장려금 효과 '찔끔'…사교육비·주거비 앞 무용지물

입력 2025-08-15 13:26:47

출산에 사교육비지출 증가 부정영향 출산장려금의 긍정효과의 약 7배

경기도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출산장려금이 실제로는 출산율을 올리는 데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출산 이후 높은 사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이 출산장려금의 이점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개인의 행태 변화 유도를 위한 현금지원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장려금은 이미 자녀가 있는 가구가 추가로 아이를 낳도록 하는 데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자녀가 없는 가구가 첫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가임기 여성의 출산 결정 요인을 분석한 결과, 가구의 출산 결정은 단기적인 현금 지원보다는 장기적인 생애 소득과 지출 전망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자녀 양육에 드는 막대한 비용, 그중에서도 사교육비는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분석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출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크기는 출산장려금의 긍정적인 효과보다 약 7배 가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백만 원의 장려금보다 앞으로 들어갈 막대한 사교육비에 대한 걱정이 출산 결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여성의 경제적 생산성도 중요한 변수였다. 임금 수준이 높거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여성의 경우,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과 소득 감소를 우려해 출산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임신, 출산과 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은 단기적인 현금 지급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미 자녀를 낳기로 결정한 가구에 보조금처럼 지급되는 효과는 있지만, 출산 자체를 망설이는 무자녀 가구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출산장려금의 상대적 기여도가 낮은 이유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정책의 초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시적인 현금 수당보다는 신혼부부 주거 지원이나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 등 장기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재정을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