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는 오랜 세월 동안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국립거점대학이자 공학 분야의 명문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전자공학과는 반도체, 통신, 제어, 임베디드 시스템 등에서 국내 유수의 인재를 배출해 내며, 지역 산업의 기술 기반을 떠받쳐 온 핵심 축이었다.
경북대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밑거름이 돼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이끌었고 삼성, LG 등이 만든 반도체가 세계를 주름잡게 됐다. 이처럼 실용 공학의 상징으로 자리했던 경북대의 전통은 지금 인공지능(AI)이라는 신기술 시대를 맞아 다시 한번 중요한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경북대가 IT 기업 출신의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게 AI대학 설립을 공식 요청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것은 그 상징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이론 중심의 지식 전달에만 머물 수 없다. 미국, 중국 등이 앞다퉈 AI 산업에 투자하는것은 AI가 산업을 넘어 세계의 패권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스마트폰을 산업혁명에 비유한다면 AI는 '인류가 불을 발견했을 정도의 혁신'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서 경북대는 'AI를 어떻게 구현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경북대 전자공학부가 축적해 온 기술력과 연구 기반은 매우 강력한 자산이 된다. AI는 결코 소프트웨어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알고리즘을 실제 세계에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반도체, 센서, 통신, 제어 기술 같은 전자공학적 기반이 필수적이다. 경북대가 AI대학을 통해 이론 중심 교육을 넘어 하드웨어와의 융합을 실현한다면, 명실상부한 '현장형 AI 실용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경북대는 학내의 AI 관련 역량을 하나로 모아 단과대 체계를 갖춘 'AI대학'을 설립하고, 교육과 연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여기에 전자공학부의 반도체, 로봇, 제어 분야를 AI와 결합한 실습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확장한다면, 이론-응용-산업을 아우르는 강력한 융합 교육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경북대가 AI대학으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조건을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
교육과정의 혁신이다. 단순한 알고리즘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AI+반도체' 'AI+로봇' 'AI+시스템 제어' 등 분야 융합형 트랙을 강화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실습 중심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연구 인프라 강화다. GPU 클러스터, 고성능 서버, AI 전용 개발 환경 등 인프라를 갖추고 전공 간 공동 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산학 협력은 AI대학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축이다. 최근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국내 AI 산업 전반에 걸쳐 전략적 협력을 본격화하는 등 민간 주도의 AI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경북대는 KT 등 글로벌·국내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 연구, 인턴십, 실무형 교육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AI대학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기업과 함께하는 교육은 곧 산업 수요를 반영한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며, 경북대만의 차별화된 산학 협력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한때 '한강 이남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던 경북대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모든 교수·학생·행정 구성원이 한마음이 되어 변화와 혁신의 길에 나서야 한다. 전통과 기술이 살아 있는 대학, 경북대가 AI라는 시대적 언어를 통해 그 가치를 다시 쓰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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