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의해 30여 년간 자유무역 질서가 유지돼 왔다. 그러나 WTO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기존의 무역 질서를 무시하고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협정을 요구, 이에 불응하는 나라의 미국 수출 상품에 대해 25~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으로 돌변했다. 지난 2월 이후 지금까지 65개 국가가 이 관세 협정에 동참했고 우리는 지난 7월 말 막판에 15% 관세로 협정했다. 또한 4년간 미국산 에너지 1천억달러를 수입함과 동시에 조선 분야에 1천500억달러,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에 2천억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생각보다 어렵사리 타결, 다행이라는 평가다.
타결 과정에서 미국의 국무 장관과 우리 외교부 장관과의 원활한 대화도 없고 미 재무 장관과 우리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회담 계획이 무산되는 등 우려가 높았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미국과 관세 협정은 사활이 걸린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여파로 국제 정세가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미국의 처사를 크게 비난하면서도 미국의 요구대로 7월 말까지 65개국이 관세 협상을 마쳤다. 이것이 패권국의 힘이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우방국들은 미국을 뜯어먹으며 자국의 이익만 챙겼으니 지금부터 관세 15%를 부담해라', 나토(NATO) 국가에 대해 '지금까지 나토 운영비 70%를 미국이 부담해 당신네 안보를 지켜 주었으니 지금부터는 방위비를 GDP 대비 5% 이상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국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NATO 회원국들은 이를 수용했다. 트럼프는 우리에게도 국방비와 주한 미군 주둔 비용 인상 압력을 가할 것이 명확해 보인다.
트럼프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첫째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개방되면 자유민주주의 세계 질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믿고 중국에 대해 최혜국 지위로 미국 시장을 개방했다. 그러나 중국은 GDP 18조달러로 미국 GDP의 3분의 2까지 추격하며 미국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를 자기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으로 중남미나 아프리카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를 중국 바다라고 주장하면서 공해상에 불법으로 인공섬을 만들어 인근국들에 위협을 가하면서 중동산 에너지를 싣고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한국, 일본 등 각국의 자유 항해를 위협한다. 또한 대만을 2027년까지 합병하기 위해 대만해협을 봉쇄하는 해상훈련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 서해도 동경 124도를 경계로 서해의 78%는 중국 소유이고 28%만 한국 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태평양도 절반은 중국의 영향 아래 두겠다는 게 중국의 야심이다. 그렇게 되면 서태평양과 연결돼 있는 한국, 일본은 중국의 해양 세력권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패권 도전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미국은 군사력을 아시아로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대만에서 분쟁이 발생할 시 우방과 함께 대만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주한 미군 역할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격동하는 국제 정세에 예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 방법은 인공지능(AI) 혁명, 데이터 혁명, 기술 혁명 등 이 시대 정신인 4차 산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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