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신동우 기자] AI데이터센터가 포항에 던지는 숙제

입력 2025-12-25 16:27:48 수정 2025-12-25 18: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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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2부 신동우

신동우 사회2부 기자
신동우 사회2부 기자

글로벌 AI데이터센터는 포항이 회색 굴뚝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첨단 디지털 산업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랜 기간 철강 산업으로 성장해 온 포항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손에 쥐었다는 상징성은 작지 않았다. 글로벌 AI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건축 사업이 아니다. 대규모 전력 인프라와 초고속 통신망, 냉각 설비, 보안 시스템이 집약되는 시설로 관련 기업과 연구 인력 유입까지 동반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포항이 수소·2차전지·바이오와 함께 AI 기반 산업 생태계를 꿈꾸는 상황에서 이 데이터센터는 퍼즐의 핵심 조각에 가깝다. 그러나 취재를 이어가며 현장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기대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거듭 변경되는 입지와 조금씩 늦어지는 일정에 시민들의 혼란이 점점 쌓이는 모습이다. 포항시는 첫 글로벌 AI데이터센터 계획이 발표된 직후 건립 예정지로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펜타시티)를 지목했다. 포항시의 초기 계획과 다르게 이후 사업 주체의 요청에 따라 다른 지역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다가 시간이 지나며 또 다른 곳이 언급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은 잠시나마 '미래 산업의 중심지'라는 기대를 품었다가, 다시 그 기대를 접어야 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유치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행정에서 흘러나온 말이 사실상 확정처럼 받아들여진 뒤 번복되는 과정이 반복되니 허탈하고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계획이 늦춰지며 당초 14일에 예정돼 있던 착공식은 소리소문 없이 취소됐다. 다음 달쯤 다시 열릴 것으로 관측되지만 정확한 날짜는 아직 확정 짓기 어렵다.

모든 대형 사업은 특성상 최종 확정까지 수많은 변수를 거친다. 기반시설 수급 가능성, 부지 규모와 지형, 환경 규제, 주민 수용성,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의 내부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당연히 초기 단계에서는 여러 후보지를 놓고 검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공식 발표가 아니라고 해도 행정과 연관된 정보는 지역에서는 곧바로 신뢰를 얻는다. 이 신뢰가 무너질 때 행정에 대한 실망은 사업 그 자체보다 더 오래 남는다.

물론 포항시 내부의 고민도 읽힌다. 글로벌 AI데이터센터는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이 치열한 사업이다. 주저하거나 소극적으로 보일 경우 기업과 중앙정부의 관심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빠른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는 판단 역시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알렸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했느냐'다. 입지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언제든 변경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행정이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 검토 단계의 정보는 지역사회에서 기정사실로 굳어진다. 결과적으로 데이터센터 유치라는 긍정적 이슈가 지역 갈등과 불신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에 갇힐 위험도 커지는 셈이다.

해법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후보지와 확정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소통 원칙이 필요하다. 검토 단계의 입지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최종 선정에서 제외된 지역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펜타시티에 추진되고 있는 국제학교 건립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글로벌 AI데이터센터는 여전히 포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업이다. 산업 구조 전환을 모색하는 포항에 이 기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과정에서 지역 간 상처와 행정 불신이 쌓인다면, 완성 이후에도 잡음은 남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