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헤가티 범죄심리학자·DSRM 리스크& 기관리 대표
건설업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산업 중 하나로 약 200만 명의 노동자들이 사계절 내내 일하며 우리 모두의 생활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산업은 2024년 한 해에만 6,180건의 사고가 보고될 만큼 사고와 사망률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대부분을 영국 건설업계의 자살 문제를 조사하며 보낸 나는 하루 평균 두 명의 건설 노동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건설 통계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물론 한국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들이 자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가능성 자체가 공식 자료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한국 건설업에서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은 '고소(高所) 추락'이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622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다. 한편 일반 인구 통계에서 고소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는 목맴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자살 방식이다. 그렇다면 건설업에서도 자살이 하나의 요인일 수 있는지 질문하는 것이 과연 무리한 일일까. 혹시 공식 통계에서 그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법적·제도적 사각지대 때문은 아닐까.
한국의 건설 현장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이 초기 대응을 맡는다. 그러나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조사의 주체는 안전 및 사고 조사 기관으로 넘어간다. 이들의 임무는 위험 요소와 사고를 규명하는 데 한정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범죄도 사고도 아닌 것으로 분류되는 자살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나는 영국 건설업에서도 유사한 구조적 문제를 확인했다. 2024년 영국 보건안전청은 고소 추락으로 인한 사망 35건을 모두 '사고'로 분류했는데 이로 인해 잠재적인 자살 위험이 통계에서 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같은 해 한국에서는 106건의 고소 추락 사망이 기록되었으며, 이는 한국 역시 비슷한 사각지대를 안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러한 수치는 영국의 근로 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고소에서 뛰어내리는 방식이 주요 자살 수단 중 하나인 반면 영국에서는 추락 등과 관련된 자살이 전체의 소수, 대체로 4~7%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의 추락 사망 사고와 그 분류 방식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로드맵 투 제로)'을 통해 비계공, 지붕 작업자 등 고소 작업 종사자들에게 정책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내가 수행한 영국 조사에서도 바로 이러한 직종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자살 위험을 보였다. 한국의 규제 당국 역시 고소 작업 직종 내의 문제를 감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자살이라는 요소는 여전히 명시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200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건설업에서는 고소 추락으로 인한 비사망 사고로 약 4,600건의 부상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심리적 고통에 처한 노동자들의 초기 경고 신호, 혹은 자살 시도의 결과였을 가능성은 없을까.
치명적인 추락 사고는 특히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혼자 작업할 가능성이 높다. 자살에 관한 연구는 자해 행위가 종종 고립된 상황에서 발생함을 보여주지만, 한국의 공식 건설 안전 통계는 사고 유형과 규정 준수 여부만을 기록할 뿐 사고가 목격되었는지, 노동자가 혼자였는지, 혹은 어떠한 인간적 맥락 속에서 발생했는지는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영국에서 수행한 조사에서 핵심적인 질문은 높은 자살률이 산업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건설업이 이미 취약성을 지닌 개인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끌어들이는지 여부였다. 약물 남용, 불규칙한 고용에서 오는 스트레스, 재정적 불안정, 정신 질환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반복적으로 배경에 등장했다.
ADHD는 충동성, 정서 조절의 어려움, 물질 남용, 자살 위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 동시에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 직접적인 학습 방식, 신체 활동에 대한 적응력, 가시적인 성취에서 오는 만족감 등 건설 노동과 잘 맞는 강점들과도 연결된다. 건설업은 이러한 어려움을 지닌 사람들에게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구조와 목적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논의는 진단이나 책임 추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후에 위험 요소를 분류하고 책임을 귀속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안전 시스템은, 심리적 취약성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이전에는 이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통계에는 '고소 추락'이라는 결과만 남지만 특정 개인들을 더 높은 위험에 놓이게 하는 조건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며, 그 결과 아무런 개입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