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월 22일 최고위원들과 사전 협의 없이 조국 혁신당과 합당 제안을 발표했다. 이런 기습 합당 제안은 여권 내 권력 투쟁으로 흐르고 비당권파의 반발이 지속되자 선수별 의원 면담과 의총을 거쳐 논의 중단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정 대표와 가까운 이성윤 최고위원이 2차 종합 특검 후보자로 과거 대북송금 의혹 사건 당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인단 소속이었던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비당권파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정청래 대표는 자신이 처한 리더십 위기를 돌파할 목적으로 '재판소원 도입(4심제), 대법관 22명 증원, 법 왜곡죄 신설'을 요체로 하는 '사법 3법' 강행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는 사법 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것으로 '민생 대신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 방어'에 매몰된 입법 독재다.
국민의힘은 징계 논란으로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제명 처분이 내려졌고,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사실상 제명인 '탈당 권유'를 결정했다. 국민의힘 중앙 윤리위원회는 배현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친한계와 혁신파 중심으로 "자멸의 정치"라고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무기 징역 선고 후 '절윤' 대신 '윤어게인'을 선택했다. 장 대표는 "절연해야 할 대상은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이라며 윤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장 대표의 이런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입장 표명은 지방선거를 포기하고 윤어게인 세력을 품어 당권을 잡아 차기 대선까지 나서려는 의도라는 의견이 많다. 한동훈 전 대표는 "보수 재건을 위해 장동혁을 끊어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보수가 죽는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야 지도부 역할 수행에 대한 조사(2026년 2월 3~5일) 결과,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8%가 긍정, 45%가 부정 평가했다. 중도층에서는 그 비율이 38% 대 43%였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7%가 긍정, 56%가 부정 평가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도층에서 부정 평가(62%)가 긍정 평가(19%)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정 대표 지지도는 작년 9월과 비교해 전체 기준 5%포인트(p), 민주당 지지층에서 13%p(77% →64%) 하락했다. 한편, 장 대표 지지도는 전체 기준 3%p,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2%p(69% →57%) 하락했다.
여하튼 야야 지도부에 대한 긍정 평가가 너무 낮고, 시간이 흐를수록 당 지지층에서 급락하고 있다는 것은 위험 신호다. 두 대표의 정무적 판단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 도대체 무엇을 염두에 두고 정치를 하는지 의심스러운 행동이나 조치를 끊임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정무적 판단이란 한마디로 옳은 목표를, 옳은 방식으로, 옳은 시점에, 옳은 강도로 선택하는 능력이다. 정무적 판단의 핵심에는 늘 민심 읽기가 있다. 민심의 강도와 방향 뿐 아니라, 그 지속 가능성과 확산 가능성을 읽는 것이다. 정무적 판단이 뛰어난 리더는 실수 후에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권위를 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을 인정할 사안은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할 사안은 수정하며, 결단할 사안은 결단한다. 늘 민심을 두려워한다.
반대로 정무적 판단이 결여된 리더는 '나는 옳다'는 확신 속에서 민심을 오판하고 무시한다. 책임보다 신념 만을 강조하면서 길을 잃는다. 문제는 정무적 판단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실수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판단 붕괴는 대개 인지적 고립에서 출발해 의사결정의 질을 떨어뜨리고, 메시지의 일관성을 무너뜨리며, '정치 실패' 이전에 '신뢰 실패'로 이어진다. 국민은 모든 정치 내용을 잘 알지 못하지만, 지도자의 판단과 반응에서 능력의 유무를 감지한다. "듣지 않는다, 고치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고착되는 순간, 그 다음부터는 무엇을 해도 의심받는다.
지금, 여야 지도부가 기억해야 할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정무적 판단은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확장의 문제이며, 승부의 문제가 아니라 민심의 문제다. 또한, 정무적 판단은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막는 선택이다. 지도자는 늘 물어야 한다. 이 결정이 과연 민심에 부합하는 올바른 정무적 판단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