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학업 과정·학교생활의 맥락 함께 살펴
수험생 자신의 사고 과정·학업 태도 보여줘야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됐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고교학점제 첫 세대이자 개편된 대입을 처음 치르는 세대다. 이들에게 2028 대입은 단순한 전형 변화가 아니다. 내신은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고, 수능은 선택과목 체제가 사라지는 통합형 체제로 전환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입시가 동시에 바뀌는 전환점에 서 있는 셈이다.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은 커진다. 전형 이름은 낯설고, 대학별 반영 방식은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변화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흐름은 비교적 분명하다. 대학은 교과 성적이나 수능 점수만이 아니라, 그 점수가 만들어진 학업 과정과 학교생활의 맥락까지 함께 살피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교과전형이다. 과거 교과전형은 내신 등급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면 같은 등급 안에 더 많은 학생이 묶일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등급만으로 학업역량과 전공 준비도를 세밀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교과 성적을 기본으로 하되, 교과 이수 현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출결, 수업 태도 등을 함께 살피려는 방식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교과전형이 완전히 다른 전형으로 바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같은 내신이라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 그 과목이 희망 전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업과 탐구 과정이 학생부에 어떻게 드러나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고교학점제에서는 과목 선택 자체가 학생의 진로 의식과 학업 태도를 보여주는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정시도 예전과 똑같이 볼 수만은 없다. 정시는 여전히 수능이 중심이며, 수능 준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통합형 수능에서는 과목 선택에 따른 학업 이력 정보가 줄어든다. 그래서 일부 대학은 학생부를 보조 자료로 활용해 고교 과정에서 어떤 과목을 이수했고, 수업과 탐구 속에서 어떤 성장을 보였는지 살피려 한다. 정시를 준비한다고 해서 학교 수업과 학생부를 완전히 분리해 생각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학생부종합전형도 변화하고 있다. 서류만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면접을 강화하거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활용하는 전형이 늘고 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약해진다는 뜻이라기보다, 학생의 강점을 여러 방식으로 확인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강점이 학생부 기록에 있는지, 면접에서 드러나는지, 수능 최저 충족 가능성에 있는지를 대학별 기준에 맞춰 살펴봐야 한다.
결국 교과전형, 정시, 학생부종합전형은 선발 방식이 서로 다르지만, 대학이 확인하려는 방향은 하나로 모이고 있다. 점수 자체만이 아니라, 그 점수에 이르기까지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하고 어떤 배움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함께 보려는 흐름이다.
2028 대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지만 방향은 있다. 이제 입시는 점수를 모으는 일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어떤 과목을 왜 선택했는지, 수업에서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그 배움이 진로와 어떻게 이어졌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세특도 활동의 양을 나열하는 기록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 과정과 학업 태도를 보여주는 기록이어야 한다.
과거 연금술사들은 물질의 변화를 단번에 얻으려 하지 않았다. 불의 세기를 조절하고, 긴 시간을 견디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를 관찰했다. 교육도 이와 닮아 있다. 학생의 성장은 한 번의 시험 점수로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의 수업, 질문하는 태도, 실패를 고쳐 가는 과정, 진로를 향한 선택이 쌓이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물론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불안은 커질 수 있다. 전형은 세분화되고, 대학별 반영 방식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어느 전형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보다, 대학별 기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내신이 부족하다고 학교 수업을 포기해서도 안 되고, 정시를 준비한다고 과목 선택과 학업 과정을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
2028 대입의 핵심은 복잡한 전형표를 외우는 데만 있지 않다. 대학별 기준을 차분히 확인하되, 매일의 수업과 과목 선택, 학업 과정을 꾸준히 쌓아 가는 일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대학이 묻는 것은 점수의 순간만이 아니라, 그 점수에 이르기까지 학생이 걸어온 배움의 과정이다.
정범식·대구 달서고 교사(교육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