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국 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부장
최근 대구시는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조직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문화예술본부·문화예술회관·박물관을 묶은 가칭 '대구문화재단'을 신설하고,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하우스를 통합한 '대구공연재단'을 설립하며, 관광 분야는 '관광재단'으로 독립시키고 대구미술관도 별도 운영체계를 갖추는 방향이다. 문화예술 지원과 공연장 운영, 관광, 미술관 기능을 각각 전문기관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직은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정비될 수 있다. 이번 개편 역시 문화예술 지원과 공연장 운영의 전문성을 높이고 기관별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관의 수나 명칭이 아니다. 조직 개편이 지역 예술인의 창작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의 문화향유를 확대하며 대구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성공한 개편이라 할 수 있다.
문화행정은 조직만 바꾼다고 성과가 만들어지는 분야가 아니다. 정책의 연속성과 현장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잦은 조직의 통합과 분리는 직원들에게 혼란을 주고 예술인들에게도 지원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불안을 안길 수 있다. 행정조직은 달라질 수 있어도 문화예술 정책의 철학과 현장 지원체계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해외 문화 선진도시들은 조직개편보다 정책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더욱 중시한다.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는 장기간 일관된 지원체계를 유지하며 지역 예술생태계를 성장시켜 왔고, 독일 베를린과 미국 뉴욕 역시 기관별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협력체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전문성이 조직의 형태보다 일관된 정책과 현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직개편 이후 더 중요한 과제는 기관 간 협력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지원과 공연, 전시와 관광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시민과 예술인에게는 하나의 문화행정으로 체감될 수 있도록 정책과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분리된 조직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협력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개편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대구는 국제오페라축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비롯해 수준 높은 공연장과 미술관, 풍부한 문화자산을 갖춘 도시다. 앞으로 대구시는 국립뮤지컬콤플렉스와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각 기관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하는 문화행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관 간 칸막이가 새롭게 생기거나 협업이 약화된다면 이번 분리의 취지는 오히려 퇴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직개편 과정에서는 현장을 지켜온 직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존중받아야 한다.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과 열정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기관 출범과 함께 전문성과 경험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인사 원칙을 마련하고, 구성원들이 안정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조직의 변화는 제도와 명칭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조직 구성원과 지역 예술인의 활동, 그리고 시민이 누리는 문화환경까지 바꾸는 일이다. 이번 개편이 또 하나의 조직개편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행정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문화도시의 미래는 조직의 형태가 아니라,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을 꾸준히 이어가며 예술이 시민의 삶을 밝히고 도시의 품격을 높여가는 데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