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 남의 손에 생명줄 맡기려 하나

입력 2026-09-1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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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을 두고 이재명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이다. UAE에 파견됐던 정부 실사단이 귀국하는 등 실무 작업은 이어지고 있지만, 이 정부는 '검토' 단계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과 국내 좌파 세력의 파병 반대 사이에서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처한 셈이다.

그런데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파병(派兵)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7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글로 경고한 바 있다.

조 장관의 발언은 이란 측에 '한국이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만일 파병을 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협박(脅迫)에 굴복하는 꼴이 되고, 파병을 한다면 이란이 느끼는 배신감(背信感)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이 조속히 회복되는 게 중요하다"는 원칙만 거듭 강조했어야 한다.

지난 12일 540여 개 좌파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를 열고, 주한미국대사관을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을 벌였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도 "파병 검토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오직 국민과 국익(國益)에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하며 그 길을 묵묵히 개척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렇다. 파병 여부의 핵심(核心)은 국익이다. 호르무즈 해협 분쟁은 '남의 일'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원유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생명줄을 온전히 남의 나라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파병의 결과 못지않게 파병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와 국제적 지위 하락 등 국익 손실(損失) 역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