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추석이 불과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면 절반이 넘는 국민이 대이동하면서 이런저런 소식과 소문이 나라 전체에 퍼진다. 정치권으로선 추석 밥상 대화의 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정국 흐름이 변화할 수 있어 경쟁적으로 추석 민심 잡기에 나선다.
올 추석 민심의 주제로는 부동산 문제와 일부 장관 후보자의 부적절성,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등이 꼽힌다. 부동산은 지금보다 어려운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심각하다. 청년들은 잔금 대출은 물론, 전세금 상환 연장도 안 돼 살던 곳에서 쫓겨날 판이다. 소위 강남 3구는 주춤하지만, 대신 풍선효과로 서울과 수도권, 특히 삼전닉스 직원들이 많이 산다는 용인, 동탄 지구는 천정부지다. 각종 정책을 쏟아 내면서 계곡 정비나 주식시장보다 쉽다고 큰소리치던 대통령은 대부분의 정책을 철회했지만 이미 미친 듯이 올라간 가격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 놓고도 국민에게 사과는커녕 바꾸라 해서 바꿨는데 날 보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오히려 국민을 나무란다. 오만의 극치가 아니면 이럴 수는 없다.
국정 지지도의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소폭 수요가 있던 상황에서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일부 장관 후보자가 말썽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다. 지난 2019년,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소수당의 지원이 필요했던 민주당이 그들이 원하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이를 반대하던 당시 자유한국당은 위성정당 출현을 경고했고, 실제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원 배분에 참여했다. 민주당도 이에 질세라 진보좌파 진영의 소수 정당과 정치세력을 연합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선거 후 위성정당을 합당하고, 당선된 비례대표 중 소수 정당 출신들을 제명해 그들이 원소속 정당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국민은 기본소득당에 투표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편법으로 기본소득당 등 일부가 원내 정당이 됐고, 그들은 국민 세금으로 매년 막대한 선거 및 정당 지원비를 받았다. 용혜인 의원은 남편까지 당직자로 만들어 가족회사가 세금을 착취한 꼴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 장관에 지명되자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겸직하겠다고 선언해 국민의 염장을 질렀다. 국회법에 의원직과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인데, 그럼 왜 그동안 비례대표 의원들이 장관직에 기용되면 사퇴했을까. 지역구 의원이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해야 하고 그동안 해당 지역의 주민 대표성이 제한된다. 그러나 비례대표는 바로 승계가 가능해 관례적으로 겸직하지 않았다. 용혜인 의원은 욕심에 눈이 멀어 입법 의도를 살피지 못하고 생떼를 부린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도 많은 보도가 나오고 있어 짧은 칼럼에서 반복할 필요가 없지만 그나마 날짜가 잡힌 인사청문회에 증인은 한 명도 없이 후보자 본인만을 대상으로 질문한다니 이런 '팥소 빠진 찐빵'이 있는가? 아무튼 추석 밥상에서 '승원 오빠'는 꽤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 틀림없다.
심각한 물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및 천무 II 등 대공 방어시스템의 우크라이나 지원 요구,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 구체화,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 요구, 심상치 않은 북한 핵 및 미사일 도발과 북러 밀착,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 세수에도 국가 채무를 갚지 않고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 등에 대한 걱정이 많다. 이것들 대신 부동산과 장관 인사가 추석 밥상의 주메뉴가 된다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집권 후 첫 고비가 될 것이다. 만초손(滿招損)이요, 겸수익(謙受益)이다. 오만하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는 말이다. 이제라도 국민 앞에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실패한 정책과 부적절 인사를 철회함으로써 민의를 반영하는 진솔한 노력을 보인다면, 그리고 민주당이 독단적 국회 운영을 중단하고 야당과 협치를 회복한다면 국민은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분노는 다음 선거에서 재앙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