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한윤조] 야차룰

입력 2026-09-1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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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조 논설위원
한윤조 논설위원

최근 규칙과 보호 장구도 없이 맨몸으로 맞붙는 이른바 '야차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당사자 간 합의만 있으면 다쳐도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잘못된 소문이 SNS와 유튜브를 타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차룰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면서 상대를 더 많이 때린 쪽이 오히려 영웅시되는 왜곡된 현상까지 나타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싸우는 장면을 촬영해 유포하거나 판매하는 사례까지 확인된다. 급기야 최근 청주에서는 20대 여성이 강요된 야차룰 격투 끝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아파트 동대표 간 각서를 쓰고 벌인 몸싸움이 사망 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착각의 배경에는 싸움 전 작성한 '이의 제기 불가' 각서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하는 탓도 있다. 형법 제24조가 규정하는 '피해자의 승낙'은 사회상규(社會常規)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가 아니므로 사전 합의가 형사 책임 면제의 사유가 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곳은 학교 현장이다. 청소년 사이에서 야차룰은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포장돼 학교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지하 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격투는 동료 학생들의 방관과 영상 촬영·유포로 이어지며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유행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교육부의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 피해 응답률은 2.9%로 2013년 전수 조사 도입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체 폭력(15.7%)과 집단따돌림(17.1%) 비중이 늘었고, 피해 발생 장소의 70%가 교실과 운동장 등 학교 내였다.

경찰청과 교육부가 '야차룰'을 신종 학교폭력 유형으로 규정하고 경보를 발령했지만, 이보다는 폭력을 유희로 착각하게 만드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이 선행(先行)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전담경찰관(SPO)을 통한 예방 교육 강화는 물론, 자극적인 격투 영상 차단을 위해 디지털 플랫폼과의 공조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강요된 신체 폭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