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2017년 11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며 내수 회복 기대감을 키웠지만 고환율, 고물가 탓에 한 달 만에 떨어지고 말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9.9에 그쳤다.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 이후 낙폭(落幅) 중엔 가장 크다. 속단(速斷)하기는 이르지만 환율이 빠르게 진정되지 않는다면 고물가가 내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내년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6%로 예상됐다.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 고물가, 가계부채 부담 등이 꼽혔다.
일자리 상황도 최악이다. 지난해 일자리 증가율이 역대 최저였는데, 올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월 60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超短時間) 근로자'도 급증세다. 임금근로자 중 이들의 비율은 2012년 3.7%에서 지난해 8.5%로 늘었고,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중 초단시간 비율은 20%를 넘겼다. 이들에겐 주휴수당·연차 유급휴가·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퇴직급여·2년 초과 기간제 고용금지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환율 때문에 수입품 물가가 오르고, 골목 가게는 원가도 못 맞춰 장사할수록 적자이고, 청년의 단기 일자리마저 줄인다"며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대책은 고사하고 6개월간 '환율'이라는 단어 한마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한 구두 개입(口頭介入)과 함께 달러 공급 유도책을 발표했고,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49.8원까지 떨어졌다. 당장 약발이 먹혀들기는 했지만 섣부른 결론은 위험하다. 환율이 다시 1,480원 이상으로 솟구치면 상황은 정부의 외환 관리 능력과 정책 신뢰성 위기로 바뀐다. 시장이 예상과 달리 갈 때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 과연 남아 있는지 걱정스러운 상황까지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