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쌀 개방 땐 농도(農道) 경북 무너진다" 농민 거센 반발

입력 2025-07-27 15:42:36 수정 2025-07-27 19:25:11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압박에 경북 농민 500명 상경 집회
"한우·사과 생존권 붕괴"

정부가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韓美) 통상협의에서 농산물 카드로 쌀과 소고기 시장 확대는 쓰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협상에서 국가 식량안보와 직결된 농산물 대신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등
정부가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韓美) 통상협의에서 농산물 카드로 쌀과 소고기 시장 확대는 쓰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협상에서 국가 식량안보와 직결된 농산물 대신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등 '연료용 작물 수입 확대'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미국산 소고기 판매대. 연합뉴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쌀 구입 확대 등 미국 정부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농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경상북도연합회 등 지역 농민들은 지난 24일 상경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축산물 수입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지역 농민 약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이들은 "추가 개방이 이뤄진다면 미국산 농축산물의 국내 시장 잠식이 더 거세지고 국내 농업 생산 기반 붕괴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도(農道) 경북'의 지난달 기준 한우 사육 두수는 71만6천580마리로 국내 전체(329만334마리)의 21.8%)를 차지한다.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많은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또 전국 생산량의 62%를 차지하는 '사과 주산지'이기도 하다. 도내 사과 농가는 1만8천여 농가에 달한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농축산물 시장개방 확대 검토 관련 농민단체 초청 긴급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은 김정재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사과·쌀 등이 유입되면 가격경쟁력 저하로 산업 전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면 국내산 한우의 평균 도축연령(29개월)과 비슷해진다. 상대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 인식 측면에서 국내산 한우의 설 자리가 잃게 된다. 또 안전 상 이유로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제한해 온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면 또다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쌀 수입 확대 또한 식량 주권 위험과 함께 정부 재정 부담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지난 2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미국산 쌀이 국내시장에 유입되면 정부가 매입하는 국내산 쌀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송종만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상북도연합회장은 "지금 협상 테이블에 무엇이 올라갔고, 어떤 농산물이 거래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불투명한 정부의 대응은 농민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라며 "만약 농축산물 시장을 다시 개방하려 한다면, 경북 농민들은 전국 농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현실적으로 시장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농가 지원 확대 등 정부 차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