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우라늄 폐수 조사 때 '핵심물질' 검사 빼먹었다

입력 2025-07-25 08:47:42 수정 2025-07-25 10:52:19

18일 정부가 발표한
18일 정부가 발표한 '방사능 오염 조사 결과' 보고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정부가 최근 북한 우라늄 정련소 폐수 방류 의혹 관련 조사를 벌인 뒤 "문제 없다"고 발표했지만 우라늄 정련소에서 배출되는 '핵심 위험 물질' 검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가 시작되자 정부는 "필요하면 하려고 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원자력안전위원회·해양수산부·환경부는 지난 18일 인천 연안과 강화도 해역, 한강·임진강 하구 등 10곳에서 해수를 채취해 방사성 물질을 검사한 뒤 "이상 없음"이라고 발표했다. 검사 항목은 우라늄, 세슘과 카드뮴, 비소, 수은, 납 등 중금속 5종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우라늄 '딸핵종'인 라듐과 폴로늄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딸핵종이란 방사성 물질인 모(母)핵종이 붕괴하여 생긴 새로운 물질을 뜻한다. 우라늄 정련공장의 가동 목적은 우라늄을 최대한 회수하는 것이어서 우라늄 배출 보다 라듐과 폴로늄 등 딸핵종이 배출될 확률이 더 높다. 라듐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 지정 1군 발암 물질이고 폴로늄 반수(半數) 치사량은 청산가리에 비해 최소 25만배 높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우라늄 정련소에서 나오는 폐수는 우라늄이 아니라 라듐, 폴로늄 같은 물질이 주를 이룬다"며 "정부가 정련소와 관련 없는 세슘 등을 측정한 것은 애초부터 조사 설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북한 정련소 폐수 방류설에 대한 정부의 특별 조사였지만 실제 조사 기준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원전 사고 관련 방사 물질 조사'에 그쳤다. 북한 우라늄 정련소에서 실제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은 빠지고 기존 원전 사고 관련 방사 물질 검사에만 머문 것이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앞선 8일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도 각각 "이상 없음"이라는 자체 결과를 내놨다. 이들 역시 우라늄 정련소에서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물질 대상이 아니라 원전 사고 관련 방사 물질인 요오드와 세슘만 검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자체는 "요오드와 세슘이 정련소 유출과 관련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정해진 항목만 검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우라늄을 우선 측정했고 필요 시 라듐과 폴로늄 등 오염물질을 추가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매일신문은 "검출 가능성이 높은 딸핵종보다 검출되기 어려운 우라늄을 우선 측정한 이유가 뭔가" 물었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정련 과정 중 일부 우라늄이 폐수에 녹아들 수 있어 우라늄을 검사했다. 우라늄 수치가 높으면 다른 부분도 추가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폴로늄은 육상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서해에서 일정 수치가 나오더라도 그 기원이 우라늄 제련소 때문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우라늄 폐수 방류 의혹'은 지난달 10일 북한 관련 매체의 보도로 시작됐다.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 제련소 인근 하천으로 폐수가 유출되고 있다는 위성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평산 우라늄 제련소 옆 예성강이 서해로 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방류 사실을 공식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고 북한 측에 공식 항의나 조사 요청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