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엡스타인이 산 트럼프를 압박 '일파만파'

입력 2025-07-21 16:31:12 수정 2025-07-21 19:56:27

NYT, 엡스타인 옛 직원 인터뷰
'우군' 루퍼트 머독과 갈등 조짐
친 트럼프 폭스뉴스 밀월관계는?
정적 된 머스크, SNS에 연일 공세

18일(현지시간)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일체를 공개하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메시지가 워싱턴 D.C 백악관 건너편 미 상공회의소 건물에 투사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일체를 공개하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메시지가 워싱턴 D.C 백악관 건너편 미 상공회의소 건물에 투사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정가에 '엡스타인 의혹'이 다시금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2019년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 등으로 수감 도중 숨진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제프리 엡스타인이 작성한 '성 접대 고객 리스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돼 있다는 풍문, 엡스타인이 감옥에서 타살됐는데 자살로 은폐됐다는 음모론 등이 얽힌 것이다.

죽은 엡스타인이 세계 정치 지형을 쥐락펴락하는 살아있는 권력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 내부에서마저 진상 규명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부 분열을 추동하는 뜨거운 감자가 되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대주주 루퍼트 머독 등을 고소하며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꺼지지 않는 불씨, 엡스타인 의혹

엡스타인 의혹은 꺼지지 않는 불씨나 마찬가지다.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엡스타인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하게 진상 규명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어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자 핵심 측근이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진 직후 엡스타인 성 추문 사건을 언급한 바 있던 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엡스타인 관련 의혹을 "지겨운 일" "민주당의 농간"이라 받아넘기고, 진상 규명 요구 목소리를 "어리석다"고 반박하며 모른 척했다. 그러나 그가 엡스타인과 가까이 지냈다는 관련 증언은 차고 넘친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엡스타인에 대한 과거 수사당국의 조사에서 트럼프를 거론한 적이 있다는 증언자의 주장을 보도했다. 1995∼96년 엡스타인에게 고용돼 미술품 구입 등 업무를 담당했던 마리아 파머와의 인터뷰다.

NYT에 따르면 파머는 1996년 뉴욕 경찰과 FBI, 2006년에는 FBI 조사에서 트럼프를 포함해 엡스타인 주변 인물들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파머는 수사당국이 자신의 진술 내용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오랫동안 궁금해했다고 NYT에 말했다. 이와 관련해 수사당국은 그동안 트럼프의 혐의를 지목한 적도, 수사 대상에 올린 적도 없다.

2015년 10월 19일 캘리포니아 라구나비치에서 연설하고 있는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 AFP 연합뉴스
2015년 10월 19일 캘리포니아 라구나비치에서 연설하고 있는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 AFP 연합뉴스

◆WSJ 보도 지목하며 소송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과 역공은 보수 성향 'FOX(폭스) 뉴스'의 대주주이자 WSJ의 모기업 격인 뉴스코퍼레이션의 창립자인 언론계 거물 루퍼트 머독에게 향했다.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외설적인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보냈다는 취지의 보도와 관련해 이를 보도한 WSJ의 모기업 뉴스코퍼레이션 창립자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소송으로 두 사람이 갈등을 겪을 경우 부차적으로 발생할 '괘씸죄'가 더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와 폭스뉴스 사이의 밀월적 협업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앵커이던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물론 숀 더피 교통부 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 등을 요직에 앉힌 바 있다. CNN을 '쓰레기' '가짜 뉴스'라 칭한 것과 대조적으로 폭스뉴스 인터뷰에는 적극적으로 응하는 등 폭스뉴스에 대한 편애를 적잖이 드러내기도 했다.

최대 지지자에서 정적으로 갈라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바빠졌다. 머스크는 지난 16일부터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30여 건의 글을 직접 쓰거나 공유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엡스타인 파일 처리 방식을 비난하는 등 공세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