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한 고교, 시험지 유출 시도 학생 자퇴로 처리
안동 사례는 퇴학 조치… "징계 일관성·보고 체계 강화 필요" 지적
전문가 "징계 면탈 목적으로 자퇴 선택 사례 많아… 교육적 판단 필요"
경북 울진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절도를 시도(매일신문 18일 보도 등)한 학생이 징계 없이 '자퇴' 처리된 것을 두고 논란이 숙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해당 학교는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기 위해 자퇴 처리를 한 뒤 경북교육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사건은 지난 4월 23일 오전 1시쯤 울진의 한 고등학교에 복면을 쓴 괴한이 침입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사흘 뒤 해당 학교 재학생을 붙잡았고, 그는 "시험지를 훔치려 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해당 학생을 건조물 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학생과 학부모 측은 사건 발생 두 달 가량이 지난 6월 20일 자퇴원을 제출했고, 학교는 같은 달 23일 승인 처리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안이 선도위원회(생활교육위원회)를 진행하던 중 자퇴 승인으로 종결한 것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선도위는 학생의 위법 또는 부정행위에 대해 징계를 의결할 수 있다. ▷훈계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출석정지 ▷퇴학 등 단계적 징계를 통해 교육적 지도와 기록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법적 장치다.
실제 최근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한 안동의 한 고교의 경우 해당 학교 선도위가 시험지 유출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해당 학생을 퇴학 결정을 내렸다.
반면 자퇴는 자발적 학업 중단으로 징계가 아니다. 기록도 남지 않는다. 다음 학년도부터는 같은 학교 또는 다른 학교에 재입학도 가능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직장인이나 공직자가 징계를 피하고자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처럼 학생도 중대한 징계를 피하기 위해 자퇴를 선택하는 경우가 실제 존재한다"며 "특히 시험지 유출, 학교폭력, 교권침해와 같은 사안은 선도위원회 징계가 기록으로 남고, 이는 민사·형사 사건에서 간접 증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자퇴를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퇴학처분이 확정되면 6개월간 검정고시 응시가 제한되고, 퇴학 의결 이후 자퇴서를 내는 경우에도 징계 절차가 우선돼야 하므로 학교장은 징계를 집행하지 않고 자퇴를 수리할 수 없다. 이처럼 징계 대신 자퇴가 허용되는 구조가 반복되면 유사 사례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당 학교의 한 학부모는 "시험지 절도 유출 시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입시 경쟁과 직접 연결된 중대한 문제"라며 "자퇴라는 조치로 끝내기에는 학교와 교육청의 책임이 너무 가볍다"고 강조했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도 "선도위 징계 없이 자퇴로 사건을 덮는 방식은 다른 학생들의 교육권과 평가 공정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징계 일관성과 함께, 교육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보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교내 평가는 학업성적관리 규정에 따라 학교장 재량으로 처리되며 시험지 유출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 의무는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처럼 중대한 사안은 교육청에 보고가 이뤄졌어야 했다.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경찰 조사에서 해당 학생이 시험지 유출이나 절도 등과 관련된 추가적인 혐의점은 없었다고 통보 받았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잘못을 인정하고 자퇴를 희망했다. 생활규정상 자퇴도 징계에 준하는 조치로 보기 때문에 이를 승인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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