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티스트' 시리즈 첫 사진작가 선정
재개발과 이주 등 도시의 면면 포착
7월 25일 오후 4시 '아티스트 토크'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는 올해, 대구미술관에서도 대규모 사진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지난 15일 개막한 '장용근의 폴더: 가장자리의 기록'은 대구미술관이 매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지속적으로 보여준 '다티스트' 작가를 선정해 소개하는 전시다.
올해는 다티스트 시리즈 최초로 사진작가가 선정됐는데, 2013년 권부문 작가 이후 대구미술관에서 사진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최근 미술관에서 만난 장용근 작가는 "국공립미술관에서 사진 개인전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전시를 준비하며 부담이 컸다"며 "지금까지 작업해 온 대표 작품과 함께 신작, 미발표작을 많이 선보이려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천착해온, 재난과 재개발, 노동, 이주 등 도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얘기를 중심으로 한 8개의 사진 연작을 만나볼 수 있다.
시원한 통창이 매력적인 3전시실에는 그의 대표 연작 '도시채집'이 전시됐다. 도시채집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시내 곳곳의 추모 현수막을 촬영하며 시작됐다.
작가는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도 그렇고, 생활 반경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사고들이어서 충격이 컸었다. 도시의 안전함에 대한 인식이 흔들렸고, 도시를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작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의 안전함을 짚는 문제에서 나아가 정치적, 경제적 욕망 등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도시채집 연작을 통해 드러냈다. 형형색색의 간판이나 선거 현수막을 찍어 모아 빼곡하게 나열한 작품들은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으로 다가온다.
2전시실의 '부서지고 세워지고' 연작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대구의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기록했다.
사람은 떠났지만 삶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옛 주택의 모습과 그 속에 버려진 물건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새 사라지고 잊혀진 그것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 제목은 모두 그 자리에 들어선, 우리 주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여서 한편으로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노동' 작품은 현재 사라진 대구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집창촌 노동자의 방과 물건을 촬영한 작업을 보여준다. 사진 속에서 사회적 잣대는 배제되고 오롯이 개인의 현실만이 나타난다.


'팩스토리(FacStory)' 연작은 그가 최근 '이주'라는 확장된 시선을 옛 작업에 더해 유동적인 변화를 보인 특별한 작품이다.
그는 2007년쯤 일반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공장의 내부를 드러내는 등 산업화 과정에서 조성된 공장과 산업단지를 포착했다. 무한 복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의 특징이 사진의 그것과 꼭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
18년 가량이 지난 최근, 그는 다시 그곳들을 찾아 국가 주도의 공장 설립으로 인해 이주하게 된 마을의 사람들과 동제 신당(洞祭 神堂) 등의 장면을 추가로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펙터클한 공장의 모습 뒤에 가려졌던 사람들과 마을의 모습을 통해, 개발과 이동의 관계가 만나는 지점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전시는 말미로 갈수록, 이주에 대한 깊은 얘기를 전한다. 일본의 조선인 집단 거주지에서 만난 재일조선인의 삶을 기록한 '선명해지는 기억', 한국에 정착한 북한 출신 자매의 얘기를 담은 '앵두다방' 등이 그것이다.
또한 '고려인, 외국인' 작품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중앙아시아로 이주했다가 다시 외국인의 신분으로 한국에 돌아온 고려인들의 거소신고증 속 흐린 증명사진들을 나열했다. 같은 뿌리를 둔 동포임에도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타자(他者)로 존재하는 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실 우리 모두가 살면서 이주를 한번쯤 경험해보지만, 스스로 이주자라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 여겨지고, 이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이기에 더욱 그렇다"며 "작품을 통해 무심히 지나쳤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하지은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장용근 작가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도시 속에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주변부의 삶과 경계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12일까지 이어지며, 7월 25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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