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치과병원 등 4개 국립대 치과병원 의뢰·회송 실태 첫 전수조사
우리나라 치과 의료전달체계가 동네 치과의원에서 대학치과병원으로 가는 '의뢰'는 잘 이뤄지고 있지만 다시 동네 의원으로 돌아가는 '회송'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국내 첫 대규모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일반 의원과 달리 치과의 경우 공식적인 의뢰·회송 제도가 없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자칫 국민 치아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21일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등 4개 국립대치과병원(서울대·강릉원주대·경북대·부산대)이 수행한 '치의료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의뢰·회송 운영(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과 의료전달체계가 1차 의료기관(치과의원)에서 상급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기만 하는 '일방통행'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연구팀은 2023년 한 해 동안 4개 국립대치과병원에 의뢰된 환자 1만5천911건의 전자의무기록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의뢰된 환자의 92%가 1차 치과의원에서 발급한 서면 의뢰서를 지참했다. 현재 치과 분야에는 1차 치과의료기관인 치과의원과 2차 치과의료기관인 치과병원이 구분돼 있지만 두 기관 사이에 의무적 형식과 실질적인 치과의료전달체계는 시행되지 않고 단순히 행정적으로만 분리돼 있다. 이는 환자 안전과 치료의 질을 위해 1차 기관이 자발적으로 상급 병원에 환자를 보내는 비공식적 협력체계가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뢰 사유의 75%는 '임상 난도가 높아서'였다. 대개 매복치 수술, 구강 내 종양, 신경 손상 위험이 큰 치료 등 동네 의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고난도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사 대상인 4개 대학병원의 의뢰환자 치료는 대개 4회 안팎의 방문으로 치료 종료가 가능했지만 이후 원래의 1차 의원으로 돌아가서 계속 관리를 받게 되는 '회송률'은 5.8%에 불과했다.
대구경북 치과대학병원인 경북대치과병원만 떼어놓고 보면 환자 1인당 평균 병원 방문횟수는 4.68회였고 회송률은 1.8%에 불과해 4개 국립대치과병원 중 가장 낮았다.
이는 사실상 의뢰만 있을 뿐, 되돌려 보내는 제도가 없어 상급 병원에 환자가 계속 쌓이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전달체계 부재가 국민의 구강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달체계 부재로 인해 고난도 진료가 시급한 다른 중증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늘어나고 상급 병원은 경증 환자의 유지·관리까지 떠안게 돼 연구·교육 등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역량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연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치료보다 발치 후 임플란트 같은 고비용 시술을 유도하기 쉽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실제로 임플란트 시술의 92.4%가 1차 의원급에서 이뤄지는 현실에서,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맞물려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치과 질환을 '필수 치과의료'와 '중증 치과의료'로 명확히 나눠 필수 치과의료는 1차 치과의원이, 중증 치과의료는 상급 치과병원이 전담하는 역할분담 체계의 제도화를 제시했다.
또 환자를 의뢰하고 회송할 때 각각 '의뢰·회송료' 수가를 신설해 보상하는 구조 확립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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