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영업자] "직원보다 못 벌어요" 대구경북 폐업자 7만7천명 넘었다

입력 2025-07-27 16:16:58 수정 2025-07-27 19:54:34

신규 사업자 1만5천명 줄 때 폐업자 7천여명 증가
인건비 인상, 물가 상승, 배달비 등에 경영난 심화

24일 대구 중구 대봉동의 한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정은빈 기자
24일 대구 중구 대봉동의 한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정은빈 기자

지난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개인사업자가 7만7천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경기 부진이 길어지는 와중에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자금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복합 위기' 상황에 내몰린 실정이다. 수익성 악화와 함께 자영업자의 은행 채무 규모는 455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신규 사업자 줄고 폐업자 증가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 지역의 사업자는 약 86만9천명,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 수는 77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가 전체 사업자의 88.9%에 이르는 셈이다. 대구가 36만5천명, 경북이 40만7천명으로 전체 사업자 중 각각 89.7%, 88.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대구경북 개인사업자 수는 지난 2020년 67만7천명에서 4년 새 9만5천명 늘었다. 이 기간 신규 개인사업자는 10만6천명에서 9만1천명으로 감소했으나, 폐업자는 7만381명에서 7만7천명으로 증가했다. 업태 중에선 소매업·서비스업·음식업 등의 폐업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전국의 소매업 폐업자는 2020년 대비 11만6천명 불어난 28만9천명이었다.

대구 남구 앞산카페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렵고 직장인 회식, 가족 외식이 줄어드는 상황에 가장 큰 고정비인 인건비가 계속 올라버리니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인건비부터 자재비까지 줄상승

폐업자가 많은 소매업, 음식업 등은 아르바이트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최저임금은 지난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매년 상승해 왔다. 내년에는 시간당 1만320원으로 올해 대비 290원(2.9%) 상승을 앞두고 있다.

물가 상승은 자재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가는 최근 5년간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쉬지 않고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대구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9(100=2020년)로 지난해 대비 2.1% 상승했다. 경북 소비자물가지수(116.91)도 2.1% 상승을 기록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물가 상승률은 대구 13.9%, 경북 14.3%다.

배달비 부담은 코로나19 등을 계기로 외식·소비 형태에 변화가 생기면서 더해진 요인이다. 배달 플랫폼 가맹점들은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큰데도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배달 주문 비중이 높아 '울며 겨자 먹기'로 가맹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배달기사에 지급하는 배달비는 보통 가맹점과 고객이 분담하는데, 최근 들어 주요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배달비 부담이 가맹점에 전가됐다는 설명이다.

이 씨는 "배달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가 6~8% 정도"라며 "여러 플랫폼이 무료 배달을 운영 중인데, 손님들은 배달비가 무료라고 생각하지만 자영업자가 다 내는 돈이다. 예를 들어 최소주문금액에 맞춰 8천원짜리 주문이 들어왔다고 가정하면 수수료와 배달비만으로 4천원이 나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하락에 은행 빚은 눈덩이

영세 사업장에선 "사장이 직원만큼도 못 번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구와 경북에서 사업소득(2023년 귀속)을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60만405명, 소득금액은 13조491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소득은 연 2천173만원, 월 181만833원으로 당시 최저임금 월 환산액 201만580원(209시간 노동 기준)을 밑도는 수준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은행 빚은 불어났고, 대출 연체율은 치솟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455조4천902억원, 연체대출 잔액은 3조2천449억원을 기록했다. 개인사업자 연체대출금은 작년의 약 1.3배, 지난 2021년의 3.8배에 이르는 규모다.

박오규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지회장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영업자 모두가 힘들다. 갈수록 자영업을 하기에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요즘은 직원 고용을 줄이고, 주말만이라도 가족을 동원해 업주와 가족 중심으로 일하려는 곳이 많다"면서 "대출이 없는 자영업자가 없는데 이자 부담이 크다. 대부분 4~5%대 대출이자를 내고 있는데, 2~3% 수준으로 낮춰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