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 전략산업 만들어 제도화…韓 디지털 자산법 발의조차 미뤄
금융당국·업계 이견 조율 장기화…"원화 사용 급격하게 위축될 수도"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리며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관련 법안 발의조차 미뤄지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기술력과 실증 경험은 축적되고 있지만, 제도적 기반과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디지털 원화' 논의는 사실상 멈춰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4일 "미국에서 이번 주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이 진행될 것 같다"면서 "그러면 우리에게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대비·준비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화 현실은 답보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디지털자산 혁신법'을 발의할 계획이었으나, 금융당국과 업계 간 이견 조율이 길어지며 발의 시점을 1~2개월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 정의부터 발행, 유통, 사업자 규율 체계까지 포괄하는 가상자산 업권의 기본법 성격을 지닌다. 당초 업계는 이 법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전반을 정비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법안 설명회 이후 금융당국은 일부 조항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업계 역시 "과도한 감독 권한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앞서 지난달 발의된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상세 심사 단계가 진행 중으로 국회 통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혁신법과 스테이블코인 법제를 분리할지, 통합할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규제 권한을 금융위원회가 가져갈지, 한국은행이 개입할지조차 합의되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가상화폐 제도권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국제적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GENIUS Act'를 통해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된 법령을 상원에서 통과시켰고, 페이팔과 써클 등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상용화했다. 일본, 싱가포르, 유럽연합 등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과 민간 협력을 병행하면서 디지털 통화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행정부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강력히 추진하는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화폐 주권 차원에서라도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며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장악할 경우, 원화의 사용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며 "지금 선택권을 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람들은 디지털 결제 영역에서 원화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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