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여가위 청문회 초반부터 강경 충돌
14일 막이 오른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정국이 여야의 잇따른 고성과 막말, 신경전 속에 끝내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날 국회에서 여야는 여성가족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통일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자질과 도덕성 등을 검증했다.
하지만 청문회장 곳곳에서 여야는 시작부터 날 선 공방을 이어갔고, 장관 후보자를 검증해야 할 청문회는 정당간의 정쟁의 장으로 퇴색했다.
특히 청문회 시작 전부터 산회선포·정회가 반복되는 등 강경 충돌이 이어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청문회장이 특히 뜨겁게 달아올랐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기 전 '최민희 독재 OUT! 이재명은 협치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노트북 앞에 붙인 채 청문회장에 등장했다.
이를 본 최민희 위원장은 곧바로 산회를 선포했다.
다만 회의 개의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회가 인정되진 않았다. 결국 배 후보자 청문회는 당초 계획된 개의 시간보다 82분이나 넘긴 오전 11시 22분에야 개회했고, 이후에도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이른바 '보좌관 갑질' 의혹으로 야당 공세가 집중됐던 강선우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양보 없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 후보자가 선서하기 전 노트북에 '갑질왕 강선우 OUT' 등 팻말을 부착했고, 청문회는 개의 13분 만에 정회로 멈춰 섰다.
속개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팻말을 떼지 않자, 민주당 의원들도 '내란정당 아웃 발목잡기 스톱' 등을 적은 팻말을 노트북에 붙이며 맞불을 놨다.
당 대표 후보자인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새 정부 첫출발부터 발목잡기냐. 이런 인청내란을 저지르니 지지율이 그 모양"이라며 "곧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국힘 OUT"이라고 적기도 했다.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보좌관 갑질' 의혹을 놓고 야당의 공세가 집중됐다.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국민의힘 이달희 의원), "대통령 심기 경호의 달인"(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등 강 후보자를 겨냥한 공격이 이어졌다.
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3년 단식 투쟁을 벌이던 당시 강 후보자가 이 대통령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제시하며 "여성, 가족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경험을 통해 능력자로 임명됐다기보다는 대통령의 심기 경호 달인으로서 '픽'된 동원 인사·측근 인사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강 후보자는 갑질 의혹에 두 차례 고개를 숙이며 "이 논란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셨을 분들 관련해서는 모두 다 제 부덕의 소치"라며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사실을 공개하며 "21대 총선 이후 지역구인 강서갑으로 이사하게 됐다"며 "아이가 기존 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있고 본인이 익숙한 환경에서 조금씩 적응할 수 있도록 광화문 집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번 청문회를 두고 국민의힘은 후보자들의 부실한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날 배경훈 과기부·전재수 해양수산부·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증인 없이 진행됐고, 강선우 후보자 청문회의 경우 이해 충돌 의혹과 관련한 증인 2명 중 한 명만 청문회장에 출석했다.
그간 청문회 증인 채택은 여야 합의로 이뤄졌는데, 증인 채택률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은 청문정국 시작 전부터 여야 샅바싸움이 극심했다는 뜻이다.
여당은 집권 초 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무위원 후보자 '전원 생존'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론의 눈치는 살피고 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MBC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 때는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31명을 임명했지만, 저희 정부에서는 그렇게 무도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선우 후보는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충분히 소명하고, 그 소명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도리가 없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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