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사냥'이 횡행한 시절이 있었다. 마녀, 마법 행위에 대한 판단은 합리성과 거리가 멀었다. 주로 소외된 여성이 희생됐다. 통치자들은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려고 마녀 사냥을 이용했다. 유럽과 북미,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중세 중기부터 근대 초기까지 이어진 만행이다.
지금도 마녀 사냥이 드물지 않다. 이젠 집단 또는 다수가 개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행위, 표적 수사를 일컫는 말이 됐다. 여기엔 차별과 배제가 녹아 있다. 화풀이할 대상, 잘못과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마녀 사냥엔 합리성과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 정도면 마녀 사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 얘기다. 그는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에서 뛴다.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헌신에 대한 평가는 박한 데 비해 비난은 너무 과한 게 문제다. 인종 차별이란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뮌헨의 주전 중앙 수비수였다. 수비선을 높이 끌어올려 상대를 압박하는 게 뱅상 콩파니 뮌헨 감독의 주요 전술. 이러면 수비 뒷공간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발이 빨라 넓은 지역을 책임질 수 있고, 적극적인 수비로 상대 흐름을 끊는 김민재가 사령탑의 입맛에 딱 맞았다.

쉴 새 없이 뛰었다. 전반기엔 단 한 경기도 쉬지 않고 선발 출전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쉴 수 없었다. 다요 우파메카노, 이토 히로키 등 동료 수비수들이 잇따라 쓰러진 탓이다. 진통제를 먹으며 출전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조금씩 실수가 나왔다.
김민재가 잘나갈 때도 독일 현지 매체의 평가는 박했다. 실수가 나오고, 그게 팀의 패배로 이어지자 더 난리가 났다. 너도나도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난데없이 에릭 다이어가 치켜세워지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느린 발, 어설픈 수비로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잉글랜드)에서도 퇴출됐던 수비수다.
뮌헨은 2024-2025시즌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김민재는 팀 내 출전 시간 2위를 기록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현지 언론은 김민재를 표적 삼았다. 김민재에 대한 평점이 유독 낮았다. '최악의 수비수'란 별명까지 붙여 비난했다.
소속 팀까지 가세했다. 뮌헨은 우승 기념 포스터에서 주요 선수 중 김민재의 모습을 제외하는 실수(?)를 범했다. 홀대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더 잘했어야 한다는 얘기일까. 고약하다. 이 정도면 '물에 빠진 걸 건져 줬더니 왜 보따리까지 내놓지 않느냐'고 우기는 꼴이다. 정나미 떨어지는 행태다.

김민재를 둘러싼 이적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잉글랜드, 이탈리아 리그에서 찾는다는 얘기도 줄을 잇는다. 뮌헨도 김민재를 팔 의사가 있어 보인다. 뮌헨이나 독일 현지 분위기가 바뀌길 기대하지 않는 게 낫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 김민재로선 이런 대우를 받고 남을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이 단순히 일개 축구 선수 얘기로만 보이진 않는다. 특정인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쏠리는 건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죄 대상이 '마녀 사냥'이란 변명을 하기도 한다. 경계해야 할 건 시류에 휩쓸리는 것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사실 관계를 하나하나 따지는 게 우선. 이후 그에 맞는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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