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석민] 삼권분립·국민주권이 무너진 나라의 희망

입력 2025-05-12 20:09:53

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 팀이 최근 실시한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에서 '장기적 울분 상태'의 국민이 54.9%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9.5%는 '세상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동의하지 않았다. 울분(鬱憤)은 기본적 믿음이 예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감정이다.

관점(觀點)에 따라 물병 속에 물이 50%밖에 없을 수도 있고, 50%나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고려할 때, 국민의 45% 정도가 '장기적 울분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충격적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주권의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으로 인식되는 것이 상식이었다. 이를 위해 삼권분립(三權分立)을 통한 균형과 법치주의 및 결과의 정당성 못지않은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상식·정의·공정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 파괴에 정치권과 함께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司法府)가 가세했다는 점이 특히 국민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내 맘대로' 자의적 법 적용과 법치주의 붕괴는 곧 민주공화국의 파멸(破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민주권은 형해화되고, 국민은 기득권(旣得權)을 '가진 자'의 실질적 노예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한 입법 권력을 무기 삼아 '특정 1인'을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을 일삼고, 30회가 넘는 마구잡이 탄핵소추와 예산 폭거로 행정부를 마비시켜도 '사법 이권 카르텔' 의혹을 받는 헌법재판소는 "권한 남용이 아니다"는 면죄부를 선사했다. 반면에 이 같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폭거를 막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인 계엄령(戒嚴令)을 발동한 대통령은 파면되고 말았다. 헌재는 재판 과정에서 스스로 헌재법을 위반하고, 불법적 증거를 채택하는 등 막가파 'X판관'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좌파 사법 카르텔로 의심되는, 또 권력에 주눅 들거나 빌붙은 비열한 판사들은 억지 논리로 '특정인'에게 잇따라 무죄와 재판 연기를 결정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조차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기세등등(氣勢騰騰)해진 정치권력은 이제 사상 최초의 대법원장 청문회 및 대법관 탄핵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며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조차 무시하고 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국민을 주권자가 아니라 하찮은 존재로 여기는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존중하고 국민과 당원을 주권자(主權者)로 두렵게 여긴다면, 새벽에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과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 후보를 바꿔치기 하자'는 음모를 꾸미고 실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결정하면 그대로 따라야지, 느그들이 뭔데…까불고 있어"라는 기득권의 오만함이 그대로 묻어 있다. 그들 역시 좌파 기득권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표' 찍는 기계쯤으로 여긴 것이다.

반전(反轉)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대반란(大反亂)에서 시작되고 있다. 기득권의 음모를 부수고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우리가 바로 느그들(정치권력) 주인이다'라는 선포를 한 셈이다. 이제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들도 민주공화국을 지켜 내고 주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기득권 세력의 하수인·노예로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표를 야바위꾼들에게 강탈당하지 않는 것 또한 주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