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다가오는 6월 3일, 한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한다.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전환기를 맞은 한국 사회는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산업구조는 재편되고, 국제질서는 흔들리며, 인구는 감소하고,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 위기의 시대에 대통령의 진짜 실력은 스스로의 역량이 아니라, 참모를 고르는 안목에서 드러난다.
첫째, 충성심이 능력을 이겨선 안 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반면교사다. 그는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충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내각을 구성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취임 100일 만에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지지도는 곤두박질쳤다. 대통령이 가장 가까이 둔 인물들은 정책 경험이 부족하거나, 정무 감각이 없는 이들이었고, 무엇보다 실무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트럼프는 '능상능하(能上能下)'가 아닌 '충상충하(忠上忠下)'의 인사를 했다. 그 결과 B급 인재가 모여 C급 정책을 만들었다. 실력이 없는 충성은 리더를 망하게 한다.
선거와 국정은 다르다. 정치는 동원과 결속의 기술이라면, 국정은 운영과 통찰의 기술이다. 충성은 기본일 수 있으나 국정은 실력으로만 이끌 수 있다. 선거에서 기여한 사람과 국정을 끌어갈 사람은 다를 수 있으며, 이를 구분할 줄 아는 통찰력이 지도자의 첫 자질이다.
둘째로, 전체를 보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 지금 한국은 로봇이 일하는 시대, 즉 'Robot Working'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AI가 스케줄을 짜고, 로봇이 물류를 옮기며, 챗봇이 민원에 답변하는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정치권은 1980년대 블루칼라 중심 노동운동의 시야에 머물러 있다. 산업현장의 구조와 본질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노동자-자본가 대립 구도로 문제를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주 52시간제는 정당한 제도이며,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제도적 진보다. 그러나 산업의 경쟁력, 기술 집약도, 글로벌 시장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시간 규제만 강조하면 역효과가 생긴다. 반도체와 축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이미 한국은 중국에 추월당했다. 기술력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낮은 산업에서 52시간은커녕 104시간을 일해도 생존이 어렵다. 새로운 노동의 개념과 생산성 개념이 요구된다. 이런 현실을 읽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
셋째, 미중 전략전쟁시대, 국제 감각 있는 참모가 국가를 살린다. 지금 세계는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반도체·AI·배터리 등 기술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안보·외교·문화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미국에 완제품을 판매하는 구도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전쟁 이후 이제는 미국에 중간재, 중국에 소비재를 수출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4년 이상 지속됐던 '안미경중(安美經中)' 끝났고 탈(脫) 중국이 답이라는 사고로는 새로운 무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중국은 지금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고, 기술경쟁의 중심축이다. 이 시장을 포기하는 순간, 한국은 어떤 품목에서도 세계 1위의 위치를 지킬 수 없다. 글로벌 경제를 이해하고, 동북아 정세를 꿰뚫으며, 산업정책과 외교의 접점을 설계할 수 있는 국제 감각의 참모가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리더의 그릇이 곧 나라의 크기다. 기업은 CEO의 시야만큼, 나라는 대통령의 도량만큼 성장한다. 새 정부의 스태프는 자신을 위한 이권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제갈공명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난세에는 더욱 그렇다. 재상의 뱃속은 배를 띄울 만큼 넓어야 한다. 좌우, 여야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포용과 관용이 필요하다. 세세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큰 판을 읽고 전체를 꿰뚫을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인재를 기용해야 한다.
대통령은 혼자서 나라를 이끌 수 없다. 참모가 곧 국정의 품격이고, 그 수준이 국정의 성패를 좌우한다. 결국 참모가 실력이다.
댓글 많은 뉴스
민주 "러시아제 소총 반입 제보받아…'이재명 테러' 철저 대비"
김무성 단식 중단…"후보 교체 비민주적, 동의 못해"
한덕수 전 총리, 국민의힘 전격 입당…"대한민국 기적 끝나선 안 돼"
김문수 "야밤에 정치 쿠데타…법적조치 즉시 착수"
이재명·김문수·이준석, 21대 대선 '범TK 출신' 3자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