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내 잘못 아니다" 마음가짐 중요
심호흡, 안정화 이후 주변 사람과 아픔 나누면 줄어들어
지난 경북 의성·안동·청송·영덕 지역 산불의 두려움과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대구 북구 노곡동·조야동 일대 함지산에서까지 크게 산불이 나면서 이재민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산불과 관련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29일 대구 북구 노곡동 인근 대피장소에서 만난 주민 윤모(63) 씨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윤 씨는 "새벽녘에 잠이 안 와서 운동장에 나가보면 붉은 불길이 보이는데 무서움이 확 밀려왔다"며 "다시 잠자리로 들어왔지만 잠은 1~2시간 밖에 못 잤다"고 말했다.
이재민 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 산불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에 대한 걱정에 휩싸이고 있다. 김모(36) 씨는 "대구 시내 전체에 불 타는 냄새가 퍼지고 대구 시내 중심에서도 북쪽 방면에 연기가 올라오는 게 보여서 대구 시내에 불이 난 줄 알았다"며 "산불의 연기가 거리가 꽤 떨어진 곳까지 영향을 주는 걸 직접보니 불이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걱정이 깊어지면서 산불이 대구경북 지역사회에 정신적인 상처를 남길 위험도 커지고 있다. 천재지변을 겪고 난 뒤 심장 두근거림, 손발 떨림,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몸에 영향을 끼치면서 나타나는 결과다.
원승휘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천재지변을 겪고 나면 심장이 크게 두근거리거나 숨이 가빠지는 등 스트레스가 몸에 주는 영향이 나타나게 된다"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내 몸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라고 이해하고 자기 탓이 아니라 천재지변이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음이 겪는 스트레스가 몸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두 가지 방법으로 이를 가라앉힐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호흡을 먼저 안정시키고, 가족끼리 서로 몸의 굳은 부분을 풀어주면서 긴장을 이완시키는 방법이다.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호흡을 통해 미주신경(심장과 허파, 위장관계에 대한 부교감 신경과 연결된 감각 섬유를 운반하는 뇌신경)을 활성화시켜 심장박동과 호흡을 안정시키면 불안도 가라앉는다"며 "그 다음에 '나비 포옹'과 같은 안정화 기법을 진행하면 불안을 이길 수 있는 힘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재민들끼리 대피소에 모여있는 경우라면 서로 놀란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스트레스나 트라우마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원승휘 교수는 "자연재해가 지나간 이후 현실적인 어려움은 관련 공무원 등에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마음의 어려움은 같은 어려움을 겪은 사람끼리 나눠야 한다"며 "빠르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히 주변과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진정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반응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관련 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함지산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 심리상담 인력이 파견돼 있지만 이재민 모두가 경황이 없는 탓에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만약 원래 아픈 데가 없는데 갑자기 심장 떨림, 손발 떨림,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반응일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진료나 마음 치유를 돕는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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