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홍형식] 국민의힘 빅텐트 성공과 실패

입력 2025-04-29 14:35:10 수정 2025-04-29 14:40:50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국민의힘 경선 막바지에 빅텐트가 화두다. 원래 빅텐트는 대선에서 불리한 쪽이 친다. 지금 판세는 국민의힘이 절대적 열세이니 이해는 간다. 박근혜, 윤석열 두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데다가 윤석열은 계엄으로 내란죄 재판 중이다. 즉 헌법파괴 세력이자 내란 세력 프레임으로 업어치기당한 것이다.

이러한 구도에서 국민의힘은 이길수가 없다. 아니 표를 달라고 하는 것조차 염치없어 보인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현재 판을 일거에 뒤집을 새판을 짜려 한다. 명분은 개헌세력 대 반(反)개헌 세력이다. 여기에 反이재명 정서를 지렛대로 삼아 단일대오로 이재명에 맞서려는 것이다.

그럼 이러한 빅텐트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식은 가능해보이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제와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도 빅텐트에 관심을 보이지만, 회의적이다.

먼저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이다. 최근 조사에서 이재명에 대한 호감은 43%, 비호감이 54%(NBS, 21~23일 1천5명, 여심위 참조)다. 그래서 비호감만 결집하면 이길수 있다. 두 번째는 개헌이다. 1987년 민주화로 만들어진 현재의 헌법은 대통령이 퇴임 후 감옥에 가거나 탄핵당하는 정치적 혼란을 야기시키는 권력구조의 문제가 있다. 그로 인해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이재명 비호감세력과 개헌 세력만 모으면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과 산술적 계산에도 불구하고 빅텐트는 사전 전제로 친윤의 반성과 해체, 그리고 보수의 통합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탄핵에 대한 현재 국민의힘 친윤 주류 세력의 반성과 해체가 필요하다. 이들은 윤석열의 전제적 통치의 힘을 빌려 주류가 된 이후, 자유주의에 이념을 섞어 당을 소위 자유 우파 정당으로 만들었다.

윤석열 중심으로 당을 운영한 결과 계엄과 탄핵을 맞았고, 친윤 주류 세력도 이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계엄 이후 탄핵이전 윤석열 지지율이 50% 전후까지 나오고, 자유 우파라는 아스팔트 지지층에서 계몽령으로 추앙되니 친윤은 여전히 당내 주류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윤석열은 이들의 뒷배가 될 만한 힘이 탄핵 전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탄핵 이전 지지율이 40~50%이던 2월에 쿠키-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윤석열 지지율이 44.7%지만 이들 중 지지 이유가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기 때문에'는 25.8%였고, 이를 국민 전체로 환산하면 11.5%다.

반면 나머지는 대통령이 잘못했더라도 탄핵은 반대한다거나 민주당 또는 이재명이 싫어서였다. 그럼에도 친윤 주류는 윤석열 지지율을 40~50%로 오독하고, 아스팔트 강경 자유 우파라는 세력의 눈치만 보고 있다. 이렇게 친윤 주류 세력은 윤석열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빅텐트 전제는 국민의힘 후보가 친윤 주류 또는 '윤건희(윤석열+김건희)'의 대리인이 아니어야 한다.

두 번째는 텐트를 확장하는 단계다. 빅텐트 이전에 합리적⋅개혁적 보수까지 아우를 중(中) 텐트가 가능한가이다. 즉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우선하는 자유주의뿐만 아니라 국가나 사회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헌신을 중시하는 공화주의 보수, 그리고 친윤주류가 밀어낸 세력을 다 모아야 한다.

이미 당에 합류했음에도 뻐꾸기로 배제하는 안철수 등 비(非)윤, 보수 개혁 주장을 윤석열 심기를 건드리는 죄로 찍힌 유승민 등 반윤, 그리고 2030 싸가지 죄목으로 내친 이준석 등 탈(脫)윤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보수의 변화가 있어야만 당 밖의 중도까지 함께할 공간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후보는 비윤⋅반윤⋅탈윤과 정치적 원한이 없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국민의힘 친윤 주류 세력이 비윤⋅반윤⋅탈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다. 또한 국가와 국민 공동체에 대한 헌신성을 강조하는 공화주의 가치를 복원할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개인의 자유와 이윤만 강조하는 것은 보수 철학의 빈곤이며, 친윤 기득권을 내려놓거나 해체를 전제로 하지 않은 빅텐트는 전략 빈곤의 정치공학일 뿐이다.

국민은 정치인이 생각하는것만큼 어리석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 평균이 여의도의 평균보다 더 높으면 높지, 낮지는 않다. 그러기에 국민의힘 빅텐트 성공은 국민 민심의 눈높이를 맞출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