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격적 방화 부른 층간소음, 아파트 자체 노력도 필요

입력 2025-04-23 05:00:00

21일 서울 한 21층짜리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농약살포기에 기름을 넣고 화염방사기처럼 쏴 불을 지른,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방화(放火)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입주민 등 13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자신은 숨졌다. 경찰은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2021년 인천에선 빌라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 일가족 3명이 크게 다쳐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인명 피해 사건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완충재 두께 등 아파트 구조 기준 강화 등 정책이나 대책이 신규 아파트 위주로 마련된 탓이다. 아파트 및 지역사회 차원의 보다 빠르고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도 함께 추진되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층간소음이 인명 피해 사건으로 이어지기 전에 조기 개입해 갈등을 예방하고 분쟁(紛爭)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자체에서 시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층간소음 민원 관리 시스템, 아파트 공동생활 규약 내 소음 관련 조항 명문화, 자체 중재위원회나 갈등조정위원회 운영 등을 들 수 있다. '층간소음 민원 기록부'를 활용해 빈도와 강도, 시간대 등을 작성, 소음을 객관화·수치화해 갈등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명문화한 관리 규약을 근거로 경고, 과태료 부과 등을 할 수도 있다. 입주자 대표, 관리소장 등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나 갈등조정위원회 등을 운영, 갈등(葛藤) 발생 시 중립적 입장에서 중재를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층간소음 전담 경찰이나 공무원을 배치, 당사자 간 직접적인 대면이나 충돌로 인한 물리적 문제 발생을 막는 방안이 있다. 중재 전문 기관 강화나 의무중재제를 도입, 층간소음 갈등 시 전문가가 현장에 가서 소음 여부와 강도를 판단하고, 조정을 시도한 뒤 응하지 않을 경우 벌금이나 주거지 이전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