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동]선배를 학대하는 후배들

입력 2025-06-16 16:08:45 수정 2025-06-16 16:09:37

대구시 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김태동 대구시 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김태동 대구시 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23일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1천24만명으로 전체 인구(5천122만명)의 20%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초고령 사회다. 노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으며 특히 매년 증가하는 노인 학대는 국가적 과제로 대두했다.

노인학대란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유엔(UN)은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6년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World Elder Abuse Awareness Day)'로 정했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매년 6월 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해 노인학대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1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제9회 노인학대예방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 남부와 대구 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노인 학대 예방 퍼포먼스를 비롯해 사진 공모전 수상작 전시, 나비새김 포토존, 신고 앱 이벤트, 문화 예술 작품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대구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을 비롯한 전국의 노인보호 전문기관은 노인복지법 제39조 5항에 근거하여 설치 운영되는 기관으로 학대 받는 노인 발견·보호·치료 등을 신속히 처리하고 교육·홍보 및 사례 관리를 통해 학대 재발 방지와 가족기능 회복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노인학대 신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5년 대구시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전체 320건에 불과하였으나 2024년에는 총 1천101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노인 학대 증가세가 점점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볼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바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불과 7년 만인 2024년 초고령 사회가 되었다. 통계청은 25년 뒤인 2050년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인 인구는 급속히 불어나는 데, 노인 학대 예방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심각한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르신들의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헌신을 되새겨보면, 우리는 지금 '인권 존중' 이상으로 '노인 공경'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빈곤과 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더욱 촘촘한 복지 체계를 갖춘 노인 복지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리나라는 OECD 주요국 중 65세 이상 노인 소득 빈곤율과 극단 선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종사자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노인 학대 예방 현장 최일선에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의 인생 선배이자, 위대한 대한민국 건설의 주역들이 활기찬 노년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1년 365일,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김태동 대구시 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