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지금부터 40여 년 뒤인 2067년을 배경으로 한다. 기후변화 탓에 병충해와 대형 황사가 빈번해지면서 인류는 만성 식량 부족에 허덕인다. 지표면에서 기를 수 있는 식량작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그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정부 기관과 군대도 사라졌다. 국가 기능 자체가 무의미해진 시대다. 사막화한 지구는 자정능력(自淨能力)을 상실했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극악의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영화 속 상상력의 산물로 치부하고 싶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위험할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구온난화 탓에 육지의 물이 급격히 사라져 가뭄 위험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2000~2002년 1조6천140억t의 물이 사라졌고, 이후 계속 물이 사라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육지 물이 사라진 이유는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가 품을 수 있는 물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정 지역의 기록적 홍수 발생 가능성과 함께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전 지구적 가뭄을 초래(招來)할 수 있다고 연구 팀은 분석했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남미 베네수엘라가 공공기관 주간 법정 근로시간을 13시간 30분으로 줄였다. 정부 당국은 "기후 위기로 인한 전 세계적 기온 상승 추이를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전등 대신 자연광을 활용하고, 에어컨 온도를 높이는 등 행동 요령도 지시했다. 노력이 기특하지만 실상은 환경 문제가 아닌 전력난이 원인이다. 원유를 정제(精製)할 시설이 낡고 부족해 발전소를 돌릴 연료를 구하지 못해서다.
'인터스텔라'에선 인간 생존에 적합한 대기와 환경을 갖춘 행성을 발견하지만 현재 과학기술로는 터무니없는 공상일 따름이다. 영화 속 황폐해진 지구가 40여 년이 아니라 140년 뒤의 모습이라고 해도 거주 가능한 행성을 발견하기는 사하라사막에 던져진 좁쌀 한 알 찾기보다 어렵다. 환경 문제를 해결해 줄 외계 생명체가 찾아올 리도 없다. 결국 '하나뿐인 지구'의 치유는 인간의 자유의지(自由意志)에 달려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잠식당한 자본주의 인류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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