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외 다른 재산 없을 경우 분쟁 발생 가능성
사전 안전 상속 교통정리 필요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인 ㈜H사를 운영하고 있는 A(68) 씨는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을 때 형제들끼리 다툼을 한 번 겪은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생전에 가업승계를 통해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상속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재산에 대한 교통정리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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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안전하게 상속 정리
우리나라는 과거 아들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가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속문화가 바뀌면서 아들·딸에게 차별 없이 상속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사전 교통정리 없이 아들에게만 재산을 상속해줬을 경우에 유류분 청구 등 상속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최진혁 전문위원은 "만약 아들에게 회사의 주식 전부를 줬다가 상속분쟁으로 인한 유류분 청구로 다른 자녀에게 주식이 넘어갈 경우 유류분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당연히 가업상속공제에 따른 세제혜택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만약 회사 외에 다른 재산이 많을 경우 가업승계를 받는 자녀에게는 회사를 물려주고, 다른 자녀에게는 부동산이나 현금 등을 물려주면 된다.
그러나 A씨는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로 회사를 키우느라 다른 재산은 많지 않다. 다행히 회사는 탄탄한 중소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연간 매출액 약 150억원에 영업이익은 매년 10억원 정도 된다. 또한 무차입경영으로 알짜기업이다.
그러나 A씨처럼 회사 외에 다른 재산이 없을 경우 자칫 상속분쟁 뿐만 아니라 경영권 분쟁도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전 교통정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A씨도 혹여라도 경영권 분쟁이 생길까 고민이 많다.
A씨 및 배우자와 면담한 결과 아들에게 회사의 지분 50%, 큰 딸과 작은 딸에게 각각 25%씩 주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때 A씨의 고민은 바로 경영권 분쟁이다. 아들이 지분 50%만으로는 독자적인 경영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의 결의는 상법이나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해야 한다. 이를 보통결의라 한다.
그러나 정관변경 결의는 출석주주의 3분의 2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주로 한다. 이를 특별결의라 한다. 상법이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사항은 정관 변경, 이사·감사의 해임, 자본금 감소,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이다. 따라서 아들에게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는 지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주식을 주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씨에게 의결권이 없는 종류주식을 발행해 이 주식을 두 딸에게 증여할 것을 제안하였다.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발행주식총수의 25%까지 발행이 가능하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더 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발행할 수 있다.
두 딸이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소유하게 되면 배당 등 재산권은 행사할 수 있지만 의결권이 없어 경영권 간섭을 할 수가 없다.
방효준 전문위원은 "다만,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가업승계 세제혜택에서 제외된다. 두 딸은 가업에 종사할 여건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차피 배우자의 주식을 증여하기로 했기 때문에 가업승계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주주가 동의할 경우 기존 보통주식을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배우자인 B씨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 중 2만5천주를 보통주식에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식으로 바꾸는 일부터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처분 시기도 중요
2024년은 ㈜H사에는 상당히 힘든 한 해였다. 매출액이 줄어들면서 창업 후 처음으로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주식을 증여하기에는 상당히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르면 H사처럼 부동산과다보유법인의 경우에는 1주당 순손익가치와 1주당 순자산가치를 각각 2와 3의 비율로 가중평균한 가액으로 한다.
2024년에 당기순이익이 3억원 정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1주당 순자산가치는 7만5천원, 1주당 순손익가치는 3만1천원으로 이를 가중평균한 1주당 평가액은 5만7천400원이다.
그러나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하는 경우 1주당 평가액의 하한은 순자산가치의 80%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H사의 1주당 평가액은 1주당 순자산가치 7만5천원의 80%인 6만원이 된다. 지금 A씨의 지분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이 가업증여 특례 등을 실행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에 A씨도 동의했다.
먼저 아들에게 A씨가 소유한 주식 중 보통주 5만주를 가업증여 특례로 증여하기로 했다. 아들이 보통주 5만주를 증여받을 경우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총수 7만5천주의 3분의 2를 확보하게 되어 아들 단독으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까지 가능해져 경영권 분쟁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아들에게 5만주에 대한 주식평가액 30억원을 가업증여 과세특례로 주게 되면 증여세는 2억원이다. 과세특례 증여세율은 10억원을 공제하고 120억원까지는 10%다. 증여세 2억원은 15년 동안 연부연납으로 납부를 하기로 했다.
두 딸에게는 우선 배우자가 주식 중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식을 각각 1만2천500주, 주식평가액은 7억5천만원을 증여하기로 했다. 비과세 5천만원을 공제하고 7억원에 대한 증여세는 각각 1억5천만원이다. 이렇게 증여를 하게 되면 A씨가 보통주 1만주, 배우자가 보통부 1만5천주를 소유하게 된다. 주식평가액으로는 A씨가 6억원, 배우자가 9억원으로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A씨와 배우자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가 두 딸에게 각각 동일한 비율로 상속을 하기로 했다.
〈매일신문 가업승계지원센터 전문위원단〉
▷최진혁 퍼시픽경영자문 이사(매일신문 가업승계지원센터장)
▷박시호 박시호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박현철 참회계법인 회계사
▷방효준 명인노무사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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