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증가율 8~9%대 전망…확장재정 '대전환'

입력 2025-08-24 11:51:22

尹정부 긴축 버리고 文정부 수준 확대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의 모습. 2024.8.12. 홍준표 기자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의 모습. 2024.8.12. 홍준표 기자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을 진행 중인 정부가 한국 경제의 저성장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의 역할을 대폭 강화한다. 전임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를 버리고 본격적인 확장재정의 길로 들어서는 것. 이에 따라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8~9%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막바지 편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법에 따라 다음 달 초까지는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어 8월 마지막 주인 이번 주에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경제 성장과 직결된 분야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과 기초체력 약화 등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내년도 총지출은 올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고 9.5% 증가율을 기록했던 문재인 정부 수준의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첫해 편성한 '2018년도 본예산'의 지출 증가율(1년 전에 비해) 7.1%를 시작으로 2019년도(9.5%)·2020년도(9.1%)·2021년도(8.9%)·2022년도(8.9%) 등 모두 8~9%대 증가 폭을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가 최소 7%, 최고 9%대 중반에 달하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경로를 따라간다면 내년도 예산안의 지출 증가율 역시 대략 8~9%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정부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673조3천억원) 대비 60조원가량 많은 730조원대 안팎에 이르게 된다. 올해 두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총지출이 702조원까지 불어난 것을 기준점으로 삼더라도 4%가량의 증가율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당시 복지분야를 중심으로 지출을 대폭 늘렸다면, 이재명 정부는 구조적인 저성장을 타개할 성장 분야에 재원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AI)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미 R&D 예산과 관련해선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35조3천억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됐다"며 "기존에 비해 20%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균형발전 예산 사업 예산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표 사업'으로 꼽히는 지역화폐 예산도 확대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이미 의무지출 급증 구간에 진입한 사회복지 예산이나 국방예산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라 재정 운용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수가 악화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려면 적자국채 발행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재정 전문가는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확장재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경제 체질 개선과 성장 동력 확충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재정지출 확대가 실제 성장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정책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