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술관은 정적인 분위기에서 교양을 쌓는 곳이었다.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현대미술의 난해함 또한 미술관을 어렵게 대하는 것에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MZ세대의 새로운 여가생활로 자리 잡은 미술관 공간은 오픈런을 감행하며 수 십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전시 관람권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핫 플레이스'로 변모했다.
재작년의 대표적 흥행 전시인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방문한 33만명의 관람객 중 52%가 2030세대이고,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 'WE'를 방문한 25만 명을 중 절반이 넘는 관람객이 또한 2030세대였다. 이들은 더 이상 전시 관람을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 다만 나를 드러내는 SNS의 피드를 꾸며줄 수단, 즐길거리로 취급한다. SNS에 넘쳐나는 '꼭 가봐야 할 추천 전시', '나만 알고 싶은 전시', '놓치면 안 되는 전시' 등의 게시물들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전시 관람의 주요 수요층과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준다.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 요인으로는 물론 2030 젊은 세대의 성향도 있겠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가장 큰 동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기간동안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전시 콘텐츠들이 빠르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단순히 오프라인의 대안으로 시작된 온라인 콘텐츠들은 디지털 친화적인 성향의 2030세대들에 의해 빠르게 가속화됐고,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전시를 관람하기 전 유튜브나 SNS에서 전시 정보를 얻고, 평가와 리뷰를 찾아본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실시간으로 #전시, #art, #전시추천 등의 해시태그를 사용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의견을 나눔으로써 그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MZ세대의 자유분방한 관람 형태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활기 가득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난 이들은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하여 전시를 둘러싼 여러 제약들을 허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소비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전시는 이제 단순한 관람의 차원을 넘어서 관람객이 콘텐츠의 확산을 주도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 공간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전시 형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관람객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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