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운명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재판 아닌 탄핵 찬성 숫자 채우기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 보류에 대한 권한쟁의 2차 변론을 10일 열었다. 헌재는 당초 이 사건에 대해 2월 3일 선고하려고 했으나 절차적 흠결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분노에 막혀 선고를 연기했다. '마은혁 임명 결정'을 강행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려던 작전이 1차 실패한 것이다. 마지못해 2차 변론을 열었지만 달랑 50분만에 끝냈고, 추가증인 신청을 기각해 변론을 종결했다. 형식적, 졸속 심리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와 연결된 사건으로 헌재에 계류(繫留) 중인 사건은 ▷국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하면서 의결정족수를 국회재적의원 2/3이상(200명)이 아닌 151명 이상으로 판단한 건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건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한 권한쟁의 사건이다.
이 사건들 중에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 정족수 건을 가장 먼저 처리하고, ▷마은혁 임명보류 건을 가장 뒤에 해야 국민 불신과 혼란을 해소(解消)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헌재는 마은혁 임명 보류건부터 심판하겠다고 나섰다. 대통령 탄핵 심판을 하면서 '헌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탄핵에 찬성할 재판관 6명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현재 8명의 헌법재판관들 중 5명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이라고 본다. 이들이 진영논리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정치·이념의 좌편향이 뚜렷한 마은혁 후보가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윤 대통령 탄핵은 기정사실(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탄핵찬성)이 된다.
과연 더불어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들의 의도대로 마 후보가 헌법재판관에 임명될까. 그래서 그들 손에 윤 대통령이 파면될까.
▶형가가 진시황 암살에 실패한 까닭
형가(荊軻·출생년 미확인~기원전 227년)는 중국 전국시대 연나라 사람으로 진시황제(秦始皇帝· 기원전 259년 1월 ~ 기원전 210년) 암살을 시도했던 자객이다.
연나라 태자(太子) 단(丹)은 자신이 볼모 생활을 했던 진(秦)나라에 대한 원한이 컸다. 하지만 연나라는 약했고 진나라는 강했다. 이에 단은 연나라를 공격하기보다는 진시황제를 암살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추천 받은 자객이 형가였다.
형가는 진시황을 암살하려면 자신의 친구와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형가가 함께 가야할 인물로 지목한 사람이 '노구천'이라는 설, '박삭'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노구천의 거처를 몰랐고 찾느라 시간이 지체 되었다. 이에 초조해진 연나라 태자 단은 형가에게 빨리 진나라로 들어가 진시황을 암살하라고 재촉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던 형가는 차일피일 출발을 미뤘다. 하지만 연나라 태자 단이 조급증을 드러냈다. 급기야 형가를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형가는 암살작전을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자기 친구가 아닌 연나라 태자 단이 추천한 진무양(秦舞陽)이라는 자와 함께 떠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형가와 진무양은 진시황제 앞에 나아갔지만 진무양이 겁에 질러 덜덜 떠는 바람에 암살작전은 꼬이고 말았다. 진무양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형가는 단독으로 독이 묻은 비수를 휘둘러 진시황을 죽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형가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구천과 함께 갔더라면 진시황 암살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연나라 태자 단의 조급함이 진시황 암살 작전 실패의 원인이 된 것이다.
▶헌재, 탄핵 향해 무리한 속도전
헌법재판소는 절차적 흠결 논란에도 윤 대통령 탄핵 심리를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초시계까지 동원해 증인의 신문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하루 1명씩 신문해도 부족할 핵심 증인을 하루에 4명씩 불러 신문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지금처럼 조급하게 몰아가지 않았더라면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았다고 본다.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등이 노골적으로 편파성을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에 대한 비판이 지금처럼 거세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마은혁 후보에 대한 거부감도 지금만큼 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마 후보자 임명 건에 무리한 속도전을 펼치는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에 앞서 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하지만 그 조급함이 헌재의 편향성과 절차적 흠결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분노, 다른 헌법재판관들의 거부감을 키웠다.
▶심리 참여 않고 탄핵 결정만 하겠다?
국민적 불신과 반대에도 헌재는 '마은혁 후보를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헌재의 결정이 나면 민주당은 최상목 대행을 거세게 압박할 것이다. 그럼에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마은혁 후보를 임명하지 않아야 한다. 최 대행이 헌재의 결정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며, 헌재의 결정이 강제성을 가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은혁 후보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마 후보가 국회 몫 피추천인이라고 해도 대통령제 국가에서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 등 임명을 거부해야 할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이미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끝나가는 마당에 마 후보를 임명한다면, 심리에 참여하지도 않는 재판관이 결정만 하는 꼴이 된다. 심리에 참여하지도 않은 재판관이 '탄핵 찬성' 결정을 내린다면 '탄핵 재판'이 아니라 '탄핵 몰이'를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몰락을 자초하는 짓이다. 마 후보는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끝난 후에 임명되어야 마땅하다.
마 후보가 헌법재판관에 임명되지 않으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의 근간은 공정한 절차인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시간표에 맞춰 윤 대통령 탄핵과 마 후보 임명을 밀어붙인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의 조급함이 오히려 그들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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