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TV 대표
1979년 10월 16일부터 부산·마산에서 강한 시위(부마 사태)가 일어나자 18일 박정희 정권은 그곳에 부분 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 대통령 시해(10·26 사건)가 확인된 다음 날 이 계엄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했다. 대상지를 넓혔지만 '부분 계엄'은 유지한 것.
계엄법 6조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을 지역으로 할 경우(전국 계엄)와 필요한 때만 대통령이 직접 계엄사령관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는데 당시에도 그랬다. 육군군수사령부에 설치했던 부분 계엄사를 육군본부(총장 정승화 대장)로 옮겼지만, 계엄사령관은 여전히 국방부 장관의 지휘·통제를 받게 된 것이다.
'계엄사령부 직제령'은 계엄사에 합동수사본부(합수본)를 두라고 돼 있었다. 이 합수본을 보안사령관이 이끌게 됐다. 적국을 점령한 군은 '군정'을 해야 하니 거의 모든 국가조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군사(軍)가 주 임무라 '다스리는 것(政)'엔 약하다. 군에도 검찰(군검찰)과 경찰(헌병), 정보부(보안사)가 있지만 이들의 능력은 전문적인 국가기관만 못하다.
합수본은 정승화 계엄사령관이 김재규에게 협조했다고 보고 연행을 결정했다. 그를 연행하려면 구속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검찰에 청구하면 바로 계엄사령관에게 알려지고, 검찰은 보안사 밑에 있으니 생략하기로 했다. '임의동행' 형식으로 데려오는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만 보고해 결재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정 총장이 연행을 거부해 총격전을 벌이다 잡아오고, 그의 지시를 받은 수도경비사 등이 출동하려고 하자 합수본도 부대를 출동시켜 국방부와 육군본부 등을 점령했다. 최규하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먼저 받아와야 한다고 버티다 국방부 장관이 서명하고 합수본 측이 승리한 뒤 결재했다.
이 12·12를 우리는 내란으로 보고 있지만, 1996년 '특례법'에 따라 이 사건을 다룬 사법부는 군사반란으로 판단했다. 내란은 빨치산 투쟁처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폭동 등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진당의 이석기도 대한민국을 부정했기에 '내란 선동'으로 유죄를 받았다.
12·3 계엄 후 공수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공조수사본보(공조본)'를 만들었는데, 공조본 설치는 어떠한 법령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 공수처는 '청렴할 렴(廉)' 자를 쓰는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나 대만의 염정서처럼 뇌물 수수 같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고자 문재인 정권이 만든 특별사법경찰 기관이다. 공수처법엔 수사 대상으로 내란이 적시돼 있지도 않다.
2022년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의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며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일반사법경찰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 입법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이 된 한동훈이 대통령령을 고쳐 검찰도 일부 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했으나 내란죄는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 법령으로 내란 수사를 할 수 있는 곳은 경찰청 국수본뿐이다. 공수처는 이를 의식해 국수본과 공조본을 만들었지만 수사를 독점했다. 내란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서울중앙지법에만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데,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고 서울서부지법은 발부해 주었다.
특별수사본부를 만든 검찰은 김용현 등을 내란 혐의로 기소했다. '준사법기관'이라면 검찰은 공수처가 넘겨준 윤 대통령 사건을 국수본으로 보내 다시 수사하라고 해야 했는데, 그냥 기소해 버렸다.
독과일은 독나무에서 열리니, 독과일이 발견되면 아예 그 나무를 잘라야 한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론'이 있다. 위법하게 모은 증거는 진실과 관계없이 모두 배척하라는 이론이다. 법원은 12·12를 군사 반란으로 보았는데, 이를 내란으로 모는 것이 문제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찾아낸 문재인 정권은 주요 피의자를 내란 음모 혐의로 기소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무죄 판결). 12·3 계엄 때 출동한 군이 대한민국을 거역하는 폭동을 일으켰던가? 이 계엄은 12·12 사건과 다른 것인데, '기무사 추억' 때문에 내란으로 보고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달려들어 수사하고 기소한 것은 아닐까.
'합수본의 추억'도 잊고 미친 사회로 달려가는 것 같다. 12·3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독수는 베어 버려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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