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예상밖 금리 동결…"정치, 환율 30월 올려"

입력 2025-01-16 18:30:00 수정 2025-01-16 19:12:25

"안정적 물가에 부정적"…'숨 고르기' 후엔 인하 사이클 지속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16일 간담회서 "환율 높은 변동성 유지"
다음 금통위 회의 내달 25일…시장선 "인하 가능성 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본 시장 전망과 달리 동결을 선택한 가장 큰 요인은 최근 1천470원대 수준으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다.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안정세에 접어든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경계감도 짙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의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국내 정치상황, 미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높은 변동성 유지되면서 국내 물가와 금융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대외 신인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이 경제적 요인만이 아니라 정치적 요인에 의해 올랐고,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더해서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신정부가 출범하고, 오는 28~29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면 미국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한층 걷어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는 "환율 1,470원대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비상계엄 사태 전 1,400원에서 70원이 오른 건데, 달러 강세와 시장안정화 조치 효과를 고려하면 정치 영향으로 인한 환율 상승분은 30원 정도로 생각된다"면서 "만일 환율이 1,470원대로 올라간다면 물가 상승률은 1.9% 수준에서 2.05% 정도로 상향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이 이번에 '쉬어가기'를 택한 만큼 다음 달 25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커졌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총재 제외)은 전원 '향후 3개월 내 현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외 여건 안정세를 확인한 후엔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은은 우선 내수 회복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를 14조원으로 현행보다 5조원 확대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올해 1월 초순 데이터를 보면 소비나 내수, 건설경기 등의 지표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2%나 그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고, 지난해와 올해 연간 성장률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성장 하방 위험이 증대된 만큼 기준금리 추가 조정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본다. 금리 인하 사이클 지속하면서 조정 시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