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칼럼] 이재명 포비아

입력 2025-01-19 13:05:58 수정 2025-01-19 17:32:03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처음엔 누구도 말하지 못했다. 공포가 엄습해서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다. 두려움에 떨거나 아예 침묵하는 편을 선택한다.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그를 위해 충성을 다하던 하급자들이 하나둘씩 죽어 나가자 공포는 극대화됐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 당국이 그의 비리를 수사하려고 그의 부하들을 소환하면 그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거나 입을 닫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장동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이어 김문기 전 개발1처장이 목숨을 끊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이병철 씨도 운명을 달리했고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 수행비서 배소현 씨의 지인 김 모 씨도 죽음을 선택했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도 유명을 달리했다. 이 대표 선거를 도운 진유천 전 경기도교통연수원 사무처장도 지난 10월 사망했다.

사인은 각기 달랐지만 그들에게 들이닥친 죽음의 그림자는 모두를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대장동 비리 핵심 김만배와 돈거래를 한 전직 기자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두려워지면서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이재명 포비아(공포증)'가 세상을 지배했다.

한때 그의 상급자였던 잘나가던 정치인들도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으면 하나둘씩 사라지거나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정치생명이 끝났다. 자신을 체포하라는 동의안에 찬성했던 국회의원들을 찾아내서 수박으로 낙인찍으면 그날로 그들의 정치생명은 끝이 났다. 그의 한마디는 절대적이었고 그를 수사하던 검사는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됐고 그의 말을 거역하던 장관과 전 정부의 비리를 감사하던 감사원장, 급기야 대통령까지 탄핵소추됐다.

그가 '내란'이라고 하면 내란이 됐고 그가 온 국민의 '카카오톡'을 검열, 자신의 비리를 지적하거나 옮기는 행위를 내란 선동죄로 처벌하겠다며 '카톡 계엄령'을 발동하면 그렇게 되는 듯했다. 그의 한마디는 절대적이었고 당론이었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지상명령이었다.

최악의 정치 빌런 정청래와 '유아독존' 추미애·박범계마저 순한 양을 만드는 유일한 비법은 '이재명의 지시'였다.

그의 충직한 부하 전용기 의원이 "카카오톡으로 내란 선동 관련 가짜 뉴스를 퍼트리면 일반인들도 즉각 고발하겠다"며 협박하면서 전선은 국민과 이재명 대표 간 대결로 비화됐다. 카톡 검열은 온 국민의 일상을 검열하려는 독재라는 비난이 쇄도하자 13일 이 대표가 직접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며 가짜 뉴스에 기생하고, 여기에 기대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민주당의 역량을 총동원해 반드시 퇴치하겠다"며 "뻔뻔스럽게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그 속에서 이익을 얻으면서도, 가짜 뉴스에 문제를 제기하니까 마치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반격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재명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공산당 활동을 하면서 사람을 몇 명을 죽였다느니, 담배 대금을 떼어먹고 도망을 갔다느니, '이○○'이 어릴 때 성폭행을 해서 감옥을 갔다 왔다느니 하는 것을 카톡방에 뻔뻔스럽게 뿌리고 있지 않나"면서 "카톡이 무슨 성역인가"라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가짜 뉴스의 주요 사례로 들었다. 이미 민주당은 소년원이나 성폭행 등을 거론한 유튜버들과 인터넷 댓글 200여 개를 즉각 고발했다.

그러나 부친이 담배 대금을 떼먹고 도망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담배 대금 운운하면서 성폭행 소년원설 등의 가짜 뉴스로 지목했지만 실제로는 "이 대표의 부친이 안동에서 '엽연초 총대'를 맡아 수매 대금을 횡령하고 야반도주했다"는 주장에 대해 고발하지 못한 것이다. 가짜 뉴스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김부선 씨를 고소하지 못하는 것처럼 부친이 안동에서 벌인 범죄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도, 고소 고발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기 대선 모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39%로 민주당의 36%를 추월했다. 이재명 대표가 두려워서 침묵하던 사람들이 이젠 "이재명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돼!"라며 '이재명 포비아'를 노골적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재명 대표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침묵해야 했던 그의 주변에서 이제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한다.